염증은 몸이 침입자와 싸울 때 나는 현상이다. 감기로 붓고 열이 오르는 고통도 균이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 편이 만든다. 이승훈 교수는 병을 만드는 쪽이 그 싸움에 딸려오는 부수적 손상이라고 정리한다. 그리고 그 손상이 5년 10년 이어지게 만드는 흔한 원인이 남은 칼로리다. 혈관 쪽에서는 동맥경화로, 간 쪽에서는 지방간으로 나온다.
핵심 포인트
염증은 선천 면역이 일한 결과다. 처음 보는 침입자에게도 곧바로 달려드는 1차 방어를 선천 면역이라 하고, 주인공은 대식 세포와 호중구다. 이들이 싸우는 자리가 붓고 열이 난다.
정상 조직도 같이 죽는다. 불난 집을 끄면서 옆집에도 물을 뿌리고 출입을 막는 것과 같다. 넓게 다치면 그만큼 넓게 염증이 된다.
면역 세포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회사 자본이 1억인데 5억을 달라 하고, 회사가 망하든 말든 제 프로젝트만 끝내려 든다는 게 그의 비유다. 다리가 끝장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
급성은 한 번 다치고 끝난다. 만성은 뭐가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채 같은 반응을 되풀이한다. 5년 10년 지나면 장기가 조용히 망가지고, 그 과정에서 암·동맥경화증·뇌졸중이 나온다.
그림 1 · 조직 단면
급성은 침입 지점 둘레에서 멈추고, 만성은 같은 반응이 되풀이돼 손상이 조직 전체로 번진다. 두 그림에서 달라지는 것은 점선 안쪽 넓이 하나다.
죽은 세포도 염증을 부른다. 세포가 터지면 안에 있던 물질이 쏟아지고 몸은 그걸 침입자로 읽는다.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에서 죽은 부위가 처음보다 커지는 까닭이 여기 있다. 치우려는 힘이 너무 세서 옆에 있던 멀쩡한 세포까지 죽는다.
바깥에서 오는 만성 염증도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결핵, 나병, 헬리코박터처럼 몸에 눌러앉아 계속 자극하는 것들이다. 그래도 훨씬 흔한 쪽은 몸 안에서 나오는 원인, 곧 비만이다.
살이 찌면 지방 세포 개수는 그대로고 부피만 커진다. 세포가 빵빵해지면 지방산이 삐져나오고, 쓰이지 않은 채 혈액을 떠도는 그걸 호중구가 침입 물질로 본다. 지방산은 원래 근육과 심장이 평상시에 태우는 연료다. 갑자기 뛸 때만 포도당을 쓴다.
에너지는 쓰는 순서가 있다. 체온과 심장 같은 기본 생존에 70%, 머리 쓰고 몸 쓰는 데 20% 남짓, 그러고 남아야 면역으로 간다. 굶으면 면역부터 줄어 병에 잘 걸리고, 다음에 힘이 빠지고, 체온까지 떨어지면 죽는다.
1970년대부터 에너지가 남기 시작했다. 값싼 고칼로리 음식이 퍼지면서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어지자 면역에 쓸 몫이 남았다. 면역이 세지면 좋을 것 같지만, 별것 아닌 지방산에도 반응이 커진다.
염증을 키우는 인자는 둘인데 과잉 칼로리가 둘 다 민다. 공격 대상이 늘어나는 쪽과 면역 세포가 세지는 쪽이다. 그래서 만성 염증은 굶는 사람보다 에너지가 남는 사람에게 생긴다.
혈관에서는 눌리고 터지고 굳는 일이 반복된다. 혈압이 벽을 계속 누르다 터뜨리고, 복구가 제대로 안 되면 그 자리가 딱딱해진다. 손상된 벽으로 콜레스테롤이 파고들어 대식 세포와 싸우고, 콜레스테롤이 농축돼 쌓인 것이 동맥경화증이다.
그림 2 · 동맥 벽 세로단면
벽은 세 층이다. 혈압에 눌려 터진 자리를 복구하다 굳고, 그 틈으로 콜레스테롤이 파고들어 대식 세포와 싸운다. 그 자리에 지방이 농축돼 쌓인 것이 동맥경화다.
간은 갈 곳 잃은 지방을 떠안는다. 간이 만든 지방을 근육이 안 쓰고 내장 지방도 꽉 차면 간세포가 지방 세포처럼 지방으로 찬다. 그게 지방간이다. 지방이 터져 간세포가 죽으면 지방간염, 복구하다 굳으면 간경화, 복구하던 세포가 급발진하면 암이 된다.
그림 3 · 복부 관상단면
남은 에너지가 도는 순서를 번호로 따라간다. 간이 만들어 내보내고(1), 근육이 안 받고(2), 내장 지방도 자리가 없어(3), 결국 간세포가 떠안는다(4). 그 상태가 지방간이다.
요즘 간 질환은 원인이 달라졌다. 술과 바이러스가 가장 흔하다고들 알지만, 대사 이상에서 오는 간 질환이 중요한 축이 됐다.
주요 숫자
부수적 손상
싸움에 딸려오는 정상 조직 손상. 병은 여기서 온다
70% · 20%
기본 생존과 활동이 먼저 가져가는 에너지 몫
5~10년
만성 염증이 장기를 조용히 망가뜨리는 시간
지방
남은 탄수화물도 남은 지방도 결국 여기로 간다
"결국엔 어떻게 보면은 다 과잉 칼로리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식인초대석 EP.155, 2부작 중 1부다. 자막을 옮긴 요약이라 표기 일부는 발언 그대로 두었다.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