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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 신약

먹는 약은 900달톤을 넘지 못한다

소화의 경계선 하나가 왜 신약 개발사 전체를 설명하는지.

이승훈 서울대 신경과 교수언더스탠딩 3부작 · 소화와 약2025-10-07출처 1편

몸은 분자량 900달톤을 넘는 물질을 그대로 들이지 않는다. 소화란 고분자를 그 아래로 쪼개 장벽을 통과시키는 일이고, 먹는 약이 작아야 하는 이유도 같다. 이 경계 하나가 신약의 역사를 나눴다.

핵심 포인트

  • 밥과 고기는 원래 맛이 없다.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조리와 숙성으로 이미 쪼개져 나온 포도당과 글루탐산과 지방산이다. 요리는 고분자 음식을 저분자처럼 느끼게 만드는 과정인 셈이다.
  • 알코올은 인류 최초의 약에 가깝다. 작고, 물에도 기름에도 녹는 드문 물질이라 몸의 방어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한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10분 안에 뇌에 닿는다.
  • 신장은 일단 다 버리고 필요한 것만 되찾는다. 사구체가 5나노미터 아래를 기계적으로 걸러내고, 포도당처럼 아는 물질만 되흡수한다. 몸이 모르는 약은 대개 그대로 소변으로 나간다.
  • 간은 낯선 물질에 화학기를 붙여 물에 녹게 만든다. 그래야 신장이 버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약효도 대부분 사라진다. 처리 속도를 넘겨 혹사하면 간세포가 집단으로 죽는다. 술과 함께 먹지 말라는 약이 있는 이유다.
  • 복용 간격은 그 처리 속도가 정한다. 하루 세 번이냐 한 번이냐는 간과 신장이 다 치우는 데 걸리는 시간에서 나온다.
  • 약과 독을 나누는 것은 용량이다. 약효가 나기 시작하는 지점과 독성이 나타나는 지점 사이의 좁은 창을 찾는 학문이 약동학이다. 필로폰이 약으로 남지 못한 것도 그 창이 지나치게 좁아서다.
  • 먹는 약 대다수가 900달톤 이하로 설계된 저분자다. 문제는 이런 약효가 있을 것이라 설계해도 대개 안 듣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후보 물질을 1천 개쯤 만들어 걸러낸다.
  • 그래서 단백질을 통째로 주사하는 쪽이 열렸다. 인슐린이 첫 사례다. 인슐린을 먹으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니 주사밖에 길이 없었다.
  • 1990년대에 항체를 만들어 주사하기 시작했다. 류마티스관절염에서 염증을 퍼뜨리는 단백질을 잡는 항체가 나왔고, 표적 하나만 잡도록 똑같이 찍어내는 이 약을 단클론항체라 부른다. 2000년대 이후 신약의 대부분이 여기 속한다.
  • 다음은 RNA였다. 단백질을 만들라는 전령을 방해해 공장을 끄는 방식이 RNA 간섭이고, 코로나 백신은 반대로 없던 단백질을 만들라는 전령을 넣었다. 잘 분해되는 RNA를 지질 껍질로 감싸 해결했다.
  • 먹는 GLP-1은 두 갈래로 풀렸다. 한쪽은 흡수를 돕는 꼬리를 붙여 1%만 흡수되게 하고 그만큼 용량을 100배 올렸고, 다른 쪽은 아예 저분자 화학물질로 같은 수용체를 자극하는 약을 만들었다.
  • 못 넘는다던 벽도 예외가 나왔다. 뇌혈관 관문은 포도당과 산소 정도만 통과시켜 분자량 10만이 넘는 항체는 못 들어간다고 봤는데,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는 극미량만 새어 들어가고도 효과를 낸다. 나이 든 관문에 이미 틈이 있고 항체가 워낙 강력해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요 숫자

900달톤
그대로 흡수되는 물질 크기의 경계선
5나노미터
신장이 일단 걸러내는 크기
1천 개
저분자 신약에서 걸러 보는 후보 물질 규모
1% · 100배
먹는 GLP-1의 흡수율과 그만큼 올린 용량

"세상에 약과 독은 없다. 용량이 결정한다."

반론 · 충돌

  • 이해관계영상 후반의 신약 이야기는 화자가 개발 주체다. 임상 1상이고 승인 전이라 이 카드에 싣지 않았다.
  • 용어 주의900달톤은 대략적인 경계다. 물질의 성질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선이지 딱 떨어지는 문턱이 아니다.
3부작 모음집의 2·3부에서 추렸다. 영상 후반에 화자가 개발 주체인 임상 1상 물질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해관계가 있고 승인 전 약이라 이 카드에는 싣지 않았다.

같은 영상에서 나온 카드

언더스탠딩 3부작 (질병·소화·신약) · 2025-10-07 · 2장

  1. 통증은 믿을 만한 알람이 아니다
  2. 먹는 약은 900달톤을 넘지 못한다지금 이 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