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i Doped 진행자 둘 — Austin Lyons(이하 진행자A)와 Vik Sekar(이하 진행자V) — 가 18분짜리 이번 회차에서 한 주 동안 벌어진 사건 셋을 다뤘다. 하이퍼스케일러 부채에 붙은 신용부도스와프, SK하이닉스 실적 뒤의 폭락, 중국의 이머전 DUV 발표다. 셋은 따로 터진 사건인데 한곳에서 겹친다. 반도체 값을 누가 매기느냐가 셋 다에서 달라졌다.
설비투자 값을 누가 매기나
컴퓨트를 쓰는 것은 OpenAI·Anthropic이지만 엔비디아에서 수십억 달러어치 랙을 사 오는 것은 하이퍼스케일러다. 여태 그 돈은 영업으로 번 현금에서 나왔다. 그런데 분기 설비투자가 계속 커지면서 잉여현금흐름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부채를 지거나 부외 특수법인을 세우기 시작했다. 진행자V는 메타와 Blue Owl로 기억되는 건을 예로 들며, 자금 출처가 여기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우려를 Gavin Baker는 다소 낮춰 봤는데, 진행자V가 이야기를 꺼내면서 미리 달아 둔 단서다. 채권시장의 태도도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초기에는 투자자들이 하이퍼스케일러 부채를 반겼지만, 조달하러 오는 물량과 앞으로 올 물량이 함께 불어나면서 조심스러워졌다.
여기서 가격을 정하는 주체가 바뀐다. 현금으로 살 때는 회사 이사회가 설비투자의 타당성을 판단했다. 부채로 사면 채권 투자자가 그 판단을 대신하고, 판단은 매일 숫자로 찍힌다. 진행자A는 신용부도스와프를 보험에 빗댔다. 회사가 몸에 나쁜 것을 너무 먹는다 싶으면 투자자가 보험료를 내고 부도 시 회수를 확보해 두는 식이다. 프리미엄이 오르고 스프레드가 벌어진 것은 그 판단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순환 거래 자체는 적어도 1년 전부터 있었고 이 팟캐스트에서도 다뤄 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프리미엄이 오르면 그만큼 자금을 빌리는 값도 비싸진다고 진행자V는 짚었다.
업계에서 바뀐 것은 부도 확률이 아니라 설비투자 계획이 재평가되는 주기다. 분기에 한 번이던 이사회 승인 대신 장중에도 움직이는 스프레드가 이제 그 계획을 매일 다시 매긴다. 진행자A가 매도세의 원인 하나로 든 순환 금융(엔비디아가 고객에게 돈을 내주고 그 고객이 엔비디아 칩을 사는 구조)도 여태 논평 대상이었다. 값이 붙는 대상은 아니었다고 이 글은 읽는다.
진행자V가 전한 Gavin Baker의 반박은 부채 규모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잉여현금흐름이 0을 향한다는 것도, 순환 금융이 걱정거리라는 것도 인정하면서 데이터 두 가지를 보탰다. 이 반박은 X에 올라왔고, 진행자V는 좋은 반론으로 봤다.
① GPU 임대의 현물 가격이 계약 가격보다 훨씬 높고 때로는 두 배까지 간다. 임대는 대개 3년짜리 장기 계약이라 지금 받는 값이 낮은데, 계약이 갱신되는 대로 훨씬 더 받게 된다. 시간당 3달러가 5~6달러가 되는 식이다(진행자V가 전하며 숫자는 지어낸 예시라고 밝혔다). ② 최종 수요처인 Anthropic과 OpenAI의 수익성이다. 학습 위주이던 시기가 지나고 추론 비중이 커졌는데, 추론의 마진이 높다. Anthropic은 기업과 코딩에서 API 토큰으로 돈을 번다는 것을 먼저 확인했고, 월 20달러짜리 소비자에 묶여 있던 OpenAI도 Codex로 그 흐름을 뒤쫓고 있다. ①을 두고 Baker는 하이퍼스케일러가 임대해 준 GPU로 실제보다 덜 벌고 있다고 봤다. 여태는 최종 사용자가 이 값을 감당하지 못해 엔비디아 같은 데가 받쳐 줘야 했는데, ②는 이제 그 투자에서 수익이 난다고 본다.
두 항이 겨누는 곳은 같다. 부채가 위험한 것은 그 부채로 산 자산이 돈을 못 벌 때다. Baker는 계약 구조 탓에 지금 재무제표에 찍히는 수익이 자산의 실제 수익력보다 낮게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최종 고객은 엔비디아의 뒷받침 없이도 스스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진행자A는 "흥미로운 견해네요.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죠"라며 판단을 미뤘다. 어느 쪽이 맞든 확인 시점은 정해져 있다. 초기 장기 계약이 갱신되는 때다. 그때 현물과 계약의 차이가 실제로 좁혀지는지가 이 논쟁을 끝낸다.
좋은 숫자가 나쁜 사건이 되는 경로
SK하이닉스 수치는 진행자A가 자기 메모에서 읽어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7% 늘었고 영업이익은 6배 넘게, 영업이익률은 76%까지 올랐다고 그는 기억했다. 그런데 시장 기대에는 못 미쳤고, 서울 상장 주식이 하루 만에 20% 빠졌다. 기록에 남을 낙폭이었고 코스피 전체를 끌어내렸으며, 레버리지 거래를 기관으로 제한하는 조치까지 나왔다. 시장은 매출이 실제 발표치보다 더 높게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었다고 진행자A는 말했다. 진행자A는 메모리 시장 전체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표현하면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도 과잉 반응처럼 느껴진다고 인정했다.
진행자A가 물은 것은 기술이다. 메모리 요구량이 바뀌었느냐.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큰 모델, 더 긴 컨텍스트, 수십 개씩 돌아가는 에이전트까지 겹치면서 HBM과 DRAM 수요는 그대로다. 수요가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대신 진행자V는 보유 구조를 원인으로 들었다. 미국에서는 여러 회사에 나눠 투자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자국 산업에 돈이 몰린다. 대만이면 TSMC, 한국이면 SK하이닉스다. 메모리 값이 크게 오른 뒤라 개인과 펀드가 몰려 있었고 레버리지를 쓴 쪽도 많았다. 수익률이 500%에서 300%로 줄어드는 순간 팔고 나온다는 것이 그 설명이다. 그래서 이번 매도는 기본 체력이 아니라 공포와 변동성 때문이라고 봤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론에도 투자할 수 있고 SK하이닉스도 ADR로 최근 살 수 있게 됐지만, 다른 나라 투자자에게는 그 선택지가 적다. 겁먹게 만든 것이 이것만은 아니어서 거시 쪽 사정도 겹쳤다. 메모리를 말하면서 소비자 쪽 압력을 빼놓을 수 없고 그쪽도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보이는 것은 사이클의 방아쇠가 어디에 있느냐다. 진행자A는 다들 메모리 고점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느 실적 발표에서 누군가 「모자란다(short)」고 말하는 순간이 공황의 방아쇠가 되리라고 다들 예상해 왔다. 예상된 방아쇠도 방아쇠다. 기대치가 실적보다 빨리 오른 구간에서는 좋은 숫자가 오히려 나쁜 사건이 된다. 실적이 컨센서스의 함수가 되는 구간이라 실적 자체는 판단 근거가 못 된다.
진행자A가 든 역설이 이 회차에서 가장 값이 크다. HBM보다 DRAM이 더 벌고 있다. 이유는 비트 산출이다. HBM은 같은 비트를 내는 데 DRAM 웨이퍼가 세 배 든다. 그만큼 웨이퍼 공급을 더 먹는데 DRAM 현물 가격은 크게 올랐으니, HBM 없이 DRAM만 파는 회사가 오히려 더 벌게 됐다. DRAM을 파는 일은 남는데 HBM은 안 남는다는 한 문장으로 진행자A는 이를 줄였다. 여기에 CPU와 에이전틱 AI가 LPDDR·DDR 수요까지 키우고 있다고 진행자V는 덧붙였다.
메모리 계층 셋
그런데 밀려나지도 않는다. 진행자A가 든 이유는 메모리 계층에서 HBM이 차지한 위치다. 대안을 찾는 시도는 계속 있었다. KV 캐시를 다른 저장 장치로 내리는 방법, TurboQuant나 Kimi의 델타 어텐션 같은 알고리즘 쪽 접근이다. 그러나 전부 결국 초당 토큰 처리량을 HBM에 기댄다. SRAM은 용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진행자V가 계층을 정리했다. SRAM은 가장 빠르지만 트랜지스터라 면적을 많이 먹고 비싸다. 그 바로 아래에서 HBM은 DRAM을 3D로 쌓아 칩 가까이 붙여 필요한 대역폭을 낸다. 그래서 HBM을 그 위치에서 밀어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진행자A는 말했다.
수익성 순위와 대체 불가능성 순위
그래서 지금 갈라진 것은 둘이다. ① 지금 비싸게 팔리는 것은 웨이퍼가 모자란 일반 DRAM이고 ② 대체할 수 없는 것은 HBM이다. 진행자V는 장기적으로는 HBM이 다시 더 많은 가치를 가져간다고 봤고, 근거로 커스텀 베이스 다이를 들었다. 그렇게 되면 HBM은 규격품에서 멀어지고, 그 아래 DRAM은 대역폭이 낮은 대용량 층으로 내려간다. 업계에 보이는 것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수익성 순위와 대체 불가능성 순위가 지금 어긋나 있다. 이번 실적 충격이 그 어긋남을 분기 숫자로 드러냈다고 이 글은 읽는다.
진행자A는 이 발표를 ASML의 2003년이나 2008년쯤 장비에 견줬고, 진행자V도 그 견해에 동의했다. 실험실에서 뭔가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 회사가 당장 무너지지도, 그 회사의 최전선과 경쟁이 되지도 않는다. 중국이 DUV와 EUV 쪽으로 나아가더라도 그것이 ASML의 종말이나 독점의 끝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진행자V는 선을 그었다.
이머전 DUV 로 어디까지 가나
진행자A가 기술에서 물은 것은 이 장비로 어디까지 가느냐다. 이머전 DUV는 2010년대 초 45나노 이하 칩을 대량으로 찍던 장비고, 한 번의 노광으로 28나노까지는 패턴을 만들 수 있다고 진행자A는 봤다. 7나노로 가려면 멀티패터닝을 거쳐야 하고, 그래도 7나노가 한계다. 2나노로는 못 간다. 그리고 7나노로 오늘 쓸 만한 물건을 만들려면 로직 폴딩과 3D 적층이 붙어야 한다. 그래서 7나노를 수직으로 쌓아 같은 면적에 트랜지스터를 더 넣어야 한다. 진행자A는 이를 단독 주택 대신 아파트를 올리는 일에 빗댔다. 최신 공정이 EUV 구간으로 들어가면서 그 면적의 값이 매우 비싸졌고, 비유는 거기에 기댄다. 사실이라면 좋은 이정표이고, 실제로 작동한다면 거기서 나온 칩을 보고 싶다고 진행자A는 덧붙였다. 공개된 것이 없고 증거 없는 발표만 있어 늘 회의적으로 본다는 단서도 함께 달았다.
EUV까지 3년이면 된다는 견해에 진행자A는 분명히 반대했다. 13.5나노 극자외선을 만들려면 주석 방울을 두 번 때려야 하는데 이것이 매우 어렵고, ASML은 공급망 제약 없이도 그 일을 해내는 데 20년쯤 걸렸다. 다만 길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자유전자레이저나 X선 리소그래피 같은 대안이 있고, X선 쪽은 베이 에어리어의 Substrate보다 중국이 먼저 풀 수도 있다고 봤다. 진행자V가 기억하기로 발표된 계획은 올해 5대, 2027년 20대 출하다. 자급으로 가는 방향은 맞지만 최전선과 경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의 DUV를 반기는 동아시아 청취자에게는, 긴 여정도 한 걸음에서 시작한다고 진행자V가 답했다. 만들고, 양산으로 끌어올리고, 되는지 확인하고, 개선해 가는 걸음이다. DUV가 EUV로 곧장 이어지는 기술은 아니라는 점도 진행자V는 짚었다.
셋을 같이 놓으면 규칙이 하나 보인다. 신용부도스와프도 실적 발표도 리소그래피 발표도 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값 매김이 먼저 바뀌었다. 부도는 나지 않았고 메모리 수요는 그대로이며 중국 장비에서 나온 칩은 아직 보지 못했는데, 셋 다에서 값이 먼저 붙었다.
말하지 않은 것이 셋이다. ① 신용부도스와프의 실제 스프레드 수치가 없다. 프리미엄이 올랐다는 방향만 있을 뿐, 어느 회사가 얼마인지, 다른 업종과 견주면 어디쯤인지는 이 회차에 없다. ② SK하이닉스가 얼마나 못 미쳤는지가 없다. 진행자A는 "몇십억쯤 못 미쳤다고 다 망가졌다"고만 말했다. 하회 폭을 모르면 20% 낙폭이 과잉인지 판단할 근거가 없다. ③ 중국 장비의 성능 지표가 없다. 공개된 것이 거의 없고 증거 없는 발표뿐이라 회의적이라고 진행자A스스로 밝혔다.
바뀌는 조건도 셋이다. ① 초기 GPU 임대 계약이 갱신될 때 2절의 반론이 판가름 난다. 현물과 계약의 차이가 실제로 좁혀지면 부채 우려는 회수 시점 문제로 내려앉고, 안 좁혀지면 순환 금융 우려가 남는다. ② 커스텀 베이스 다이가 실제 제품에 실리면 4절의 어긋남이 풀린다. HBM이 규격품에서 멀어지는 순간 수익성 순위가 대체 불가능성 순위를 따라간다. ③ 중국 장비에서 나온 칩이 실물로 나오면 5절이 다시 서야 한다. 진행자A가 걸어 둔 조건이 그것이다. 그 전 단계로, 진행자V가 전한 올해 5대·2027년 20대라는 출하 목표가 그대로 지켜지는지가 먼저 확인 대상이다.
진행자A가 회차를 닫은 문장은 기술 쪽에 있다. 지난주에 필요했던 인듐인화물도 레이저도 더 나은 컴퓨터도 더 많은 메모리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그는 봤다. 기술 쪽은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이다. 값 매김이 먼저 바뀐 한 주였다는 이 글의 읽기와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