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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3편

2026-08-16 ~ 2026-09-13 · TJ(채널 씨모어 진행)
회차마다 원문·요약본·전사를 아래에 단다

신약이 다섯 단계를 지나는 동안 돈은 네 군데서 다르게 벌린다

2026-08-16 · 원문 https://youtu.be/C6xFETqhGag · 요약본 저장소 · 전사 저장소
⚖ 전략 판전략 컨설턴트 출신 애널리스트의 해설
다섯 단계를 갈라 놓으면 헬스케어에서 회사가 비슷해 보이던 이유가 사라진다

채널 씨모어의 TJ가 헬스케어 연재를 시작하며 제약·바이오 밸류체인 한 편을 냈다. 종목을 고르기 전에 산업을 먼저 갈라 놓자는 회차다. 이 글은 그 설명에서 투자자가 쓸 수 있는 구분선이 어디에 그어졌는지를 읽는다.

1 다섯 칸으로 자르면 무엇이 달라지나

다섯 칸과 그 칸을 덮는 회사

R&D 임상 허가 생산 판매 바이오텍 물질을 판다 CRO 대행 수수료 CDMO 만든 양만큼 도매상과 PBM 통과 여부 빅파마 — 사 와서 팔고, 특허가 풀리면 밀린다
한 칸을 덮는 회사는 그 칸에서만 번다. CRO 만 임상과 허가 두 칸에 걸치고, 빅파마는 칸을 사서 덮는다.

진행자가 헬스케어를 피해 온 이유는 규모가 아니라 뭉침이었다. 산업이 여럿 섞여 있고 회사가 너무 많아 하나씩 뜯어 보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첫 칼질이 넷이다. 약을 만드는 제약·바이오, 의료 장비, 병원·보험 같은 의료 서비스, 의료 데이터를 디지털로 다루는 쪽. 그리고 이 넷은 진단·치료·유통·보험을 통해 서로 물려 있어서, 한 갈래만 떼어 회사 하나를 분석해도 잘 안 읽힌다고 못박는다.

두 번째 칼질이 이 회차의 뼈대다. 신약은 R&D, 임상시험, 허가, 생산, 판매 다섯 단계를 지나 환자에게 닿는다. 다섯이라는 수 자체는 새롭지 않다. 새로운 것은 이 다섯을 회사가 서 있는 자리로 읽는 순간이다. 한 칸에 선 회사는 그 칸의 값만 받는다. 후보 물질을 찾는 회사는 물질을 팔거나 임상까지 끌고 가야 돈을 벌고, 임상을 대신 해 주는 회사는 대행 수수료를 받고, 생산을 맡는 회사는 만든 양만큼 번다.

그래서 「제약·바이오에 투자한다」는 문장은 아무것도 안 정한 문장이 된다. 다섯 칸은 파는 물건도 다르고 흔들리는 이유도 다르다. 진행자가 종목을 미루고 산업을 먼저 깐 이유가 여기 있다.

이 회차가 네 갈래 가운데 제약·바이오를 먼저 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의료 장비와 의료 서비스는 각각 제조업과 보험업의 셈법으로 읽을 수 있지만, 약은 만들어 놓고 파는 물건이 아니라 관문을 하나씩 통과해야 팔 수 있는 물건이다. 관문마다 선 회사가 다르고 그 회사들이 버는 방식도 다르다. 다른 제조업과 이 산업이 다른 점이 여기다.

2 앞의 두 칸이 4~5년에서 1년으로 줄면 뒤 칸에 무엇이 쌓이나

R&D 칸은 다시 둘로 갈린다. ① 후보 물질을 찾는 일과 ② 그 물질을 약으로 만들 수 있게 최적화하는 일이다. 앞이 통상 4~5년이고, AI가 들어오면서 1년으로 줄고 있다고 진행자는 전한다. 최적화 쪽에도 시뮬레이션이 들어가 있고, R&D 회사가 구글 알파폴드 같은 곳에 후보 물질을 주고 계산을 받아 오는 방식이 이미 돈다.

여기서 값이 어디로 가는지를 갈라 봐야 한다. 빨라진 것은 다섯 칸 가운데 첫 칸뿐이다. 임상은 사람에게 약을 넣어 보는 일이라 시간이 안 줄고, 허가는 FDA가 박사 논문급 자료를 요구하는 일이라 안 줄고, 생산은 공장을 지어야 하는 일이라 안 줄고, 유통은 도매상과 PBM(약가·처방 목록을 관리하는 미국의 약제급여관리업체)이 문을 여닫는 일이라 안 줄어든다.

한 칸만 빨라지고 나머지가 그대로면 앞 칸의 산출물이 다음 칸 앞에 쌓인다. 진행자가 「후보 물질이 앞으로 굉장히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대목이 투자자에게는 뒤 칸의 대기줄이 길어진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회차가 결론까지 밀고 가지는 않지만, CDMO 쪽 물량이 몰릴 것이라는 뒤의 판단은 바로 이 셈에서 나온다.

3 1·2·3상은 사람 수가 아니라 묻는 것이 다르다

단계마다 묻는 것이 다르다

단계 묻는 것 1상 이 약이 안전한가 2상 효과가 있는가 3상 기존 약보다 우수한가
사람 수로 나뉘는 것이 아니다. 값을 정하는 관문은 이미 팔리는 약과 겨루는 3상이다.

임상 단계는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보는 낱말인데, 진행자가 오해 하나를 정면으로 걷어 낸다. 1상 100명, 2상 1천명, 3상 1만명처럼 규모로 나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아니라 단계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무엇을 묻는지는 이렇다. ① 1상은 이 약이 안전한가, ② 2상은 효과가 있는가, ③ 3상은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한가. 세 물음은 난이도 순서가 아니라 성격이 다른 관문이다. 안전은 통과·탈락이 비교적 또렷하고, 효과는 통계로 다투고, 우수성은 이미 팔리고 있는 약과 겨루는 일이다.

이 구분이 투자에 바로 붙는다. 「2상 통과」라는 한 줄짜리 기사를 보고 따라 사는 일이 왜 위험한지가 여기서 설명된다. 2상 통과는 효과가 있다는 말이지 기존 약보다 낫다는 말이 아니다. 값을 정하는 관문은 3상이고, 3상에서 겨루는 상대는 그 약이 들어가려는 시장에 이미 서 있다.

임상 뒤에 관문이 하나 더 있다는 것도 이 회차가 짚는 대목이다. 규제 당국의 허가는 요식 절차가 아니라 별도의 벽이다. FDA가 요구하는 자료가 박사 논문급이라 아무나 할 수 없고, 그래서 임상을 대행한 CRO가 임상과 허가를 함께 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근거 자료를 요구받았을 때 그 임상을 실제로 돌린 쪽이 자료에 접근하기도 쉽고 설명하기도 낫기 때문이다. 임상과 허가가 한 회사 안에서 이어진다는 것은 CRO가 받는 값이 단순 대행 수수료에 그치지 않고 자료를 쥐고 있는 자리에서도 나온다는 뜻이다.

4 같은 산업 안에서 네 부류가 서로 다른 것으로 번다

한 칸씩 누가 서 있고 무엇으로 버는지를 진행자가 차례로 짚는다. 볼 것과 무너지는 자리가 넷 다 다르다. 바이오텍은 파이프라인을 보고 임상 실패로 무너지고, CRO는 임상 이력과 병원 네트워크로 버티다 신규 진입에 밀리고, CDMO는 생산능력과 효율로 겨루다 수주 공백에 흔들리고, 빅파마는 특허 잔여기간과 후속 약을 보다 특허 절벽에 밀린다.

바이오텍은 팔고 있는 약이 없어 늘 현금이 모자라고, 그래서 후보 물질의 진행 상황인 파이프라인이 전부다. 직접 생산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 대부분 라이선스를 판다.

CRO는 수수료를 받는 단순한 구조인데 들어가기가 어렵다. 환자를 어떻게 고르는지가 중요하고, 글로벌 병원 네트워크가 있어야 환자를 모을 수 있다. 임상을 해 본 이력과 네트워크가 없으면 시작 자체가 불가능해서 몇 개 회사가 세계 시장을 거의 반독점한다.

CDMO는 생산 기술보다 생산 CAPA가 핵심이다. 얼마나 싸게 많이 만드느냐가 값을 정한다. 바이오의약품은 화학의약품과 달리 만들기 어려워 몇 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 CAPA 기준 세계 1위다. 1위 회사는 론자이고 일본 후지, 중국 우시, 미국 써모피셔 사이언티픽이 뒤에 있다.

빅파마는 블록버스터, 곧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한 약이 이어져 나와야 성장세가 유지된다. 그리고 그 약은 특허가 풀리는 순간 복제약이 붙어 버는 돈이 빠진다. 그래서 빅파마는 직접 개발만 하지 않고 바이오텍의 초기 후보 물질이나 임상 1·2상 진행 중인 약을 라이선스 인 하거나 회사째 인수한다.

진행자가 빅파마를 볼 때 확인하라고 든 것은 넷이다. ① 블록버스터가 무엇인지, ② 특허가 얼마나 남았는지, ③ 특허가 끝난 뒤 후속으로 따라오는 약이 있는지, ④ 바이오텍 인수 상황이 어떤지. 앞의 둘은 지금 버는 돈의 크기와 남은 시간이고, 뒤의 둘은 그 시간이 끝났을 때 대신 설 것이 준비돼 있는지다. 빅파마의 값은 지금 파는 약에서 오지만 그 값이 유지될지는 사 오는 파이프라인에서 갈린다.

5 진행자가 R&D를 버리고 CRO를 고른 기준은 무엇인가

이 회차에서 진행자가 자기 판단을 세 번 낸다. 세 번 모두 기준이 같다.

① R&D는 말린다. 임상에 성공하면 초대박이고 실패하면 부도라, 개인적으로 투자를 말리고 자신은 아예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국내 바이오텍의 허위 공시 문제도 함께 짚는다. 임상 진행 중에 잘되고 있다는 소문을 흘려 주가를 띄우는 일이 많아 금융 당국이 숫자로 증명하라고 요구하는데, 기대감으로 기업 가치가 달라지는 것을 숫자로 증명하라는 요구는 바이오텍에 또 하나의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② CRO는 주목한다. ③ CDMO도 유망하다고 본다.

기준은 결과의 분산이다. 바이오텍은 한 번의 임상 결과가 회사의 값을 통째로 뒤집는다. CRO와 CDMO는 어느 약이 성공하든 일을 받는다. 약이 성공할지를 맞히는 문제와, 시도가 늘어날지를 맞히는 문제는 난이도가 다르다. 2절에서 본 것처럼 AI가 후보 물질을 늘리면 시도 자체는 늘어난다. 그러면 개별 성공률을 몰라도 대행과 생산의 일감은 는다.

여기에 진입장벽이 겹친다. CRO는 이력과 네트워크가 없으면 못 들어오고, CDMO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어려워 몇 곳이 과점한다. 물량이 늘 때 새 공급자가 쉽게 붙지 못하는 자리라야 늘어난 물량이 값으로 남는다.

6 복제라는 한 낱말이 두 개의 다른 싸움을 가린다

같은 「복제」인데 싸움이 다르다

갈래 무엇을 복제 겨루는 방식 신약 원본 특허로 보호 제네릭 화학의약품 단가 싸움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의약품 기술 과점
한 낱말로 묶으면 이익률의 방향을 반대로 읽는다.

신약,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셋이 헷갈리는 이유를 진행자는 돈 버는 방식이 아예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신약은 최초로 개발된 약이라 특허로 일정 기간 보장되고, 블록버스터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리다.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는 둘 다 복제약인데 여기서 갈린다. 제네릭은 화학 성분을 뭉쳐 만든 고형제의 복제라 만들기 쉽고, 그래서 단가 싸움이 치열하며 인도와 중국 업체가 잡고 있다. 국내 고지혈증약 복제약이 180개가 넘는다는 수가 그 경쟁의 밀도를 보여 준다.

바이오시밀러는 다르다. 단백질과 세포를 기반으로 만들기 때문에 100% 똑같이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래서 복제라는 이름을 달고도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세계적으로 하는 업체가 많지 않고 국내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두 곳이 있다.

같은 「복제」인데 한쪽은 원가 경쟁이고 다른 한쪽은 기술 과점이다. 종목을 볼 때 이 둘을 한 낱말로 묶으면 이익률의 방향을 반대로 읽게 된다.

7 이 회차가 말하지 않은 것, 그리고 무엇이 나오면 이 판단이 바뀌나

빠진 것이 셋이다. ① 숫자가 거의 없다. 시장 규모, CRO·CDMO의 점유율, 임상 단계별 성공률이 나오지 않는다. 이 회차는 지도이지 값이 아니다. ② AI로 후보 물질이 얼마나 늘었는지 실제 수가 없다. 4~5년이 1년으로 줄었다는 것도 진행자가 전해 들은 말로 제시된다. ③ 미국 유통의 PBM과 도매상이 관문이라는 말은 나왔지만 그 관문이 약값을 어떻게 정하는지는 다음으로 미뤄져 있다.

무엇이 나오면 이 판단이 흔들리는지도 셋이다. ① CRO 과점이 유지되는지. 임상 물량이 늘면 새 진입자가 붙을 유인도 같이 커진다. 이력과 네트워크가 진짜 장벽이라면 물량이 늘어도 몇 곳으로 몰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수수료율이 먼저 깎인다. ② 늘어난 후보 물질이 실제로 임상까지 오는지. AI가 만든 후보군이 전임상에서 대거 걸러지면 뒤 칸의 대기줄은 안 길어진다. ③ 생산이 한 덩어리로 남는지. 대량 생산과 소량 맞춤 생산이 갈리면 CDMO 안에서도 자리마다 답이 달라진다.

세 번째는 다음 회차에서 진행자 자신이 뒤집는다. 모더나 암백신이 나온 뒤 생산을 대량과 맞춤형 소량으로 나눠 봐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고 밝힌다.

전사를 줄 번호로 대조해 쓴 글이다. 원본 insights/seemore/2026-08-16-pharma-valuechain-strategy.md

AI가 후보 물질을 쏟아내면 막히는 자리는 임상과 유통으로 내려간다

2026-09-06 · 원문 https://youtu.be/F77tqitOBAM · 요약본 저장소 · 전사 저장소
⚖ 전략 판전략 컨설턴트 출신 애널리스트의 해설
앞 칸이 5년에서 1년으로 줄면 값은 임상과 유통으로 내려간다

채널 씨모어의 TJ가 제약·바이오 두 번째 회차에서 밸류체인을 다시 깔고 물음 하나를 던진다. AI가 후보 물질을 쏟아 내면 그다음에 어디가 막히는가. 이 글은 그 물음의 답이 어떤 셈으로 나왔는지, 그리고 진행자가 자기 계좌로 이미 답한 자리가 어디인지를 읽는다.

1 한 칸만 빨라진 공정에서 값은 어디로 가나

빨라진 것은 첫 칸뿐이다

칸 걸리는 시간 후보 물질 4~5년에서 1년으로 임상 안 줄어듦 허가 안 줄어듦 생산 안 줄어듦 유통 안 줄어듦
앞 칸만 빨라지면 산출물이 다음 칸 앞에 쌓인다. 값은 뒤로 밀린다.

밸류체인은 지난 회차와 같다. R&D, 임상, 허가, 생산, 판매다. 달라진 것은 첫 칸의 속도다. 후보 물질 하나를 찾아 최적화하는 데 5년 이상 걸리던 일이 지금은 1년이면 된다고 하고, 후보 물질 개수도 크게 늘었다.

공정 하나에서 앞 공정만 빨라지면 값은 뒤로 밀린다. 앞 공정의 산출물이 흔해지고 뒤 공정의 자리가 귀해지기 때문이다. 진행자는 이 셈을 그대로 편다. 후보 물질은 결국 임상을 거쳐야 약이 되므로 임상 쪽에 후보 물질이 무지무지하게 몰릴 것 같다는 것이다.

앞 칸이 빨라진 것이 무엇을 바꾸는지는 빅파마의 셈에서 먼저 보인다. 후보 물질을 얼마나 가지고 있고 각각 어디까지 갔는지를 파이프라인이라 하고, 빅파마 분석에서는 이 개수가 중요하다. 바이오텍은 자금이 부족해 후보 물질이나 임상 1·2상 단계의 약을 빅파마에 팔고(라이선스 아웃), 빅파마는 파이프라인 개수를 늘리려 사들인다(라이선스 인). 진행자가 빅파마를 볼 때 먼저 확인하라고 한 것은 둘뿐이다. 후보 물질이 얼마나 있는지, 블록버스터 약 상황이 어떤지.

그런데 후보 물질을 만드는 일이 5년에서 1년으로 줄면 개수 자체는 흔해진다. 흔해진 것을 세는 지표는 갈수록 덜 갈라 준다. 값은 여전히 귀한 데로, 곧 그 후보 물질을 사람에게 넣어 보는 CRO와 팔 수 있게 만드는 CDMO 쪽으로 옮겨 간다.

여기서 확인할 것이 하나 있다. 몰린다고 값이 오르려면 받아 줄 회사가 늘지 않아야 한다. 진행자가 바로 다음 문장에서 임상하는 업체가 몇 개 없고 거의 글로벌 과점 상태라고 붙인 이유가 그것이다. 물량이 늘고 공급자가 그대로면 값은 공급자 쪽에 남는다.

2 진행자가 세 자리를 서로 다르게 다룬 기준

세 자리를 서로 다르게 다뤘다

자리 판단 계좌 임상 첫 병목 보유 중 생산 판단 유보 안 삼 유통 전통적 병목 재매수
기준은 하나다. 물량이 늘 때 새 공급자가 붙을 수 있는가.

병목 후보는 셋인데 진행자의 태도가 셋 다 다르다.

임상은 올해 5월 말에서 6월 초 헬스케어 투자를 이야기하던 무렵에 임상 업체를 샀고 이제 3개월쯤 됐다고 밝힌다. 병목이 한동안 이어질 것 같아 계속 들고 갈 생각이고,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면 그때 팔고 나오겠다고 말한다.

생산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확실한 병목이라 보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지켜봤는데 판단을 바꿨다. 뒤에서 따로 본다.

유통은 작년에 PBM과 도매 사업자를 여러 편 다뤘고, 실제로 유통사를 사서 첫 번째 사이클에서 40% 정도 수익을 냈으며 지금 두 번째 사이클을 노리고 다시 사 두었다고 밝힌다.

유통을 전통적인 병목이라 부른 데는 이유가 있다. 앞의 네 칸은 기술과 설비의 문제라 돈과 시간을 들이면 늘릴 수 있고, 미국 유통은 도매상과 PBM이 팔아 주기로 결정해야 시중에 나가는 구조다. 지난 회차에서 아무리 좋은 약도 이들이 문을 열지 않으면 유통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대목이 그것이다. 늘어난 물량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데 넓힐 수 없는 자리라면, 물량이 늘수록 그 자리의 값이 오른다.

세 자리를 나눈 기준은 하나다. 물량이 늘 때 새 공급자가 붙을 수 있는가. 임상과 유통은 못 붙는다고 보고 샀고, 생산은 물량이 늘어나는 자리가 갈라질 조짐이 보여 멈췄다.

3 암백신 하나가 왜 생산에 대한 판단을 뒤집었나

생산 판단을 바꾼 계기는 모더나 암백신이다. 진행자가 본 것은 약의 효과가 아니라 만드는 방식이다. 생산이 대량 생산과 맞춤형 소량 생산 둘로 갈릴 것 같고, 암백신 이야기가 나오면서 소량 쪽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처럼 대량 생산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이 뒤집기가 앞 절의 셈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그대로다. 갈라지는 것은 그 물량이 어떤 설비를 부르는가다. 한 가지 약을 대량으로 찍는 설비와, 환자마다 다른 것을 소량으로 만드는 설비는 같은 공장이 아니다. 생산 CAPA가 크다는 강점은 앞쪽에서만 강점이다.

한 달 만에 판단이 뒤집힌 속도 자체도 읽을 거리다. 진행자가 바꾼 것은 사실이 아니라 물량의 모양에 대한 가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 CAPA 세계 1위라는 것도,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어려워 몇 곳이 과점한다는 것도 지난 회차 그대로다. 달라진 것은 앞으로 늘어날 물량이 그 설비를 부를 것이냐는 전제다. 전제 하나가 바뀌면 같은 사실에서 반대 결론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 자리는 근거보다 가정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자리다.

같은 병목이라도 물량이 한 종류로 몰릴 때와 여러 종류로 흩어질 때 이기는 회사가 다르다. 진행자가 회사를 더 찾아봐야겠다고 말을 멈춘 자리가 여기다. 이 회차에서 답이 안 나온 유일한 자리이기도 하다.

4 파이프라인에서 특허 절벽까지, 한 바퀴가 도는 순서

한 바퀴가 도는 순서

자리 일어나는 일 파이프라인 후보 물질과 최적화 임상 성공 허가받아 출시 블록버스터 연매출 10억 달러 특허 만료 복제약이 붙음 특허 절벽 수익성 급락

R&D 회사의 수익 사이클은 대부분 한 모양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진행자는 말한다. 순서는 이렇다. ① 후보 물질과 최적화 진행 상황이 파이프라인이고, ② 그중 임상에 성공한 물질이 허가를 받아 약으로 나오고, ③ 10억 달러 이상 팔리면 블록버스터가 되고, ④ 특허가 만료되면 복제약이 붙어 가격이 떨어지고, ⑤ 그 약으로 벌던 수익성이 급락한다. 이 마지막이 특허 절벽(patent cliff)이다.

값을 정하는 것은 이 사이클 어디에 서 있느냐가 아니라 다음 바퀴가 준비돼 있느냐다. 특허 절벽이 올 것을 알기 때문에 회사는 다른 파이프라인을 미리 쌓아야 하고, 직접 만들거나 바이오텍에서 라이선스를 사 온다.

진행자가 때마침 나온 기사 둘을 붙인다. 한미약품이 비만 치료 신약 기술이전으로 3.2조원 규모 계약을 냈고, SK바이오팜이 미국 회사로부터 라이선스 인을 했다. 같은 거래의 양쪽이다. 한미약품은 파는 쪽이라 바이오텍에 가깝고,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라는 블록버스터가 하나 있는 상태에서 두 번째를 만들려고 사 온 쪽이다.

그래서 제약사를 볼 때 확인할 것이 파이프라인,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 시점 셋으로 좁혀진다. 나머지는 이 셋의 연장이라고 진행자는 정리한다.

이 셋이 한 문장으로 붙으면 이렇게 된다. 지금 버는 약이 얼마나 크고, 그 약을 얼마나 더 팔 수 있고, 그다음에 설 것이 있는가. 뉴스를 보고 사지 말라는 당부가 여기서 근거를 얻는다. 임상 성공 기사 한 줄은 이 셋 가운데 세 번째의 재료 하나가 늘었다는 소식일 뿐이고, 그 재료가 언제 매출이 되는지는 기사에 없다.

5 경쟁이 약에서 전달 기술로, 다시 투여 방식으로 내려간다

마지막 절이 이 회차에서 가장 덜 알려진 대목이다. 요즘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집중하는 자리가 치료제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첫째 층은 전달 기술이다. 약을 만들기만 해서는 끝이 아니고 인체에 들어가 효과를 낼 자리까지 보내 줘야 하는 표적 치료가 유행하면서 전달 물질 시장이 뜨겁고, 바이오텍들이 여기에 몰려 있다. 모더나도 전달 기술에 많이 투자하고 이쪽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이번 암백신은 전달 물질 가운데 LNP(지질나노입자 — 약물을 지질 껍질에 싸서 세포까지 보내는 방식)를 활용했다. 지금 투자가 몰리는 또 한 갈래는 바이러스를 활용한 AAV(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 유전물질을 세포 안으로 실어 나르는 전달체)이고, 기전이 좋아 보인다고 진행자는 덧붙인다.

둘째 층은 투여 방식이다. 알테오젠의 기술 수출 사례처럼 정맥주사로 넣던 약을 피하주사로 바꾸는 기술이 나왔다. 값이 어디서 오는지가 또렷하다. 정맥주사는 한두 시간 걸리고 그동안 환자가 병상을 하나 차지한다. 피하주사는 앉아서 맞고 나가면 된다. 환자에게는 시간이고 병원에게는 병상 회전이다. 경구제라면 주사 자체가 없어지니 더 낫고, 인슐린 경구제 개발로 국내 제약사 한 곳이 뜨거웠던 일도 같은 이유다.

두 층은 앞에서 본 병목 이야기와 이어진다. 전달 기술과 투여 방식은 후보 물질이 흔해진 뒤에도 안 흔해진다. 물질을 찾는 일은 계산으로 줄일 수 있지만, 그 물질을 몸 안 어디까지 보낼지와 어떤 방식으로 넣을지는 임상으로 확인해야 하고 그 확인이 다시 임상 물량을 만든다. 첫 절의 셈이 여기서 한 바퀴 더 돈다.

층이 내려갈수록 겨루는 상대가 줄어든다. 치료제는 같은 적응증의 모든 약과 겨루지만, 전달 기술과 투여 방식은 이미 팔리는 약에 붙어 그 약의 값을 올린다. 진행자가 회사를 볼 때 치료제뿐 아니라 전달 기술을 누가 잘하는지도 보라고 한 이유가 이것이다.

6 이 회차가 말하지 않은 것, 그리고 무엇이 나오면 이 판단이 바뀌나

빠진 것이 셋이다. ① 종목 이름이 없다. 임상 업체와 유통사를 샀다고 했지만 어느 회사인지 밝히지 않아 판단은 자리까지만 따라갈 수 있다. ② 값이 없다. 임상 시장 규모, CRO 점유율, 유통 마진 어느 것도 나오지 않는다. 40%는 진행자의 실현 수익률이지 산업의 값이 아니다. ③ 시간이 없다. 병목이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고만 하고 얼마나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사람이 몰리면 판다는 매도 기준도 사후에만 확인된다.

무엇이 나오면 이 판단이 흔들리는지도 셋이다. ① 임상 과점이 유지되는지. 물량이 늘면 새 진입자가 붙을 유인도 커진다. 진행자의 논거는 이력과 병원 네트워크인데, 그것이 진짜 장벽이면 물량은 몇 곳으로 몰리고 아니면 수수료율이 먼저 깎인다. ② 늘어난 후보 물질이 실제로 임상까지 오는지. AI가 만든 후보군이 전임상에서 대거 걸러지면 임상 앞의 대기줄은 안 길어지고 1절의 셈이 무너진다. ③ 생산이 갈리는 속도. 맞춤형 소량 쪽이 커지는 것이 몇 년짜리 이야기라면, 그 사이에는 대량 생산 회사가 늘어난 물량을 그대로 받는다.

세 번째는 방향과 시점을 나눠 봐야 하는 자리다. 진행자는 방향을 바꿨지만 시점은 말하지 않았고, 판단을 미룬 것도 그래서다.

전사를 줄 번호로 대조해 쓴 글이다. 원본 insights/seemore/2026-09-06-pharma-bottleneck-strategy.md

후보 물질이 쏟아지면 검증하는 CRO가 투자 대상이 된다

2026-09-13 · 원문 https://youtu.be/g1VEyt1-DF0 · 요약본 저장소 · 전사 저장소
⚖ 전략 판전략 컨설턴트 출신 애널리스트의 해설
AI가 CRO를 없애지 않고 CRO 사이를 벌린다면 그 차이는 인당 숫자로 보인다

채널 씨모어의 TJ가 제약·바이오 세 번째 회차에서 지난주에 첫 병목으로 꼽은 임상으로 들어간다. 물음은 둘이다. 후보 물질이 쏟아질 때 임상을 대행하는 CRO(임상시험수탁기관)를 사는 것이 왜 신약 회사를 고르는 것보다 나은가. 그리고 AI가 다 대체한다는데 CRO는 왜 안 대체되는가. 이 글은 진행자가 두 물음에 내놓은 근거가 어디까지 버티는지, 그리고 스스로 내놓은 확인 방법이 지난 회차의 판단과 어디서 부딪히는지를 읽는다.

1 임상은 합격 발표가 아니라 확률이 한 칸씩 고쳐지는 과정이다

진행자는 CRO로 가기 전에 임상 기사를 읽는 법부터 바로잡는다. 신약은 후보 물질 발굴, 최적화, 전임상, 임상 1·2·3상, 허가를 거쳐야 나오지만 시장은 출시를 기다리지 않는다. 단계를 하나 넘길 때마다 이 약이 실제 신약이 될 확률 정보가 더해지고, 실패 확률이 내려가면 미래 매출 기대가 오르고, 그에 따라 기업 가치가 다시 매겨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2상 성공」 기사 한 줄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한다. 봐야 할 것은 다섯이다. ① 회사가 정한 핵심 목표인 프라이머리 엔드포인트를 달성했는가 ② 안전한가 ③ 경쟁 약보다 얼마나 나은가 ④ 3상 뒤 곧장 허가 신청으로 가는지, 이 결과로 기술 수출 가능성이 생겼는지 ⑤ 결과가 시장 기대치를 넘었는가. 다섯째가 가장 실무적이다. 결과가 좋아도 주가가 이미 그 결과를 반영했다면 오르지 않는다.

이 대목이 CRO 이야기의 앞에 놓인 이유가 있다. 신약 회사를 사는 사람은 이 다섯 가지를 매번 맞혀야 한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서 기대치를 넘기를 바라야 하고, 한 번 틀리면 그 약에 걸린 기대가 주가에서 빠진다. 진행자가 지금까지 시장은 어느 회사가 성공할지를 찾는 데만 관심이 많았다고 말하고 바로 CRO를 꺼내는 흐름은, 이 맞히기 게임에서 빠져나오자는 제안으로 읽힌다. 임상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임상을 치르는 회사는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 회차의 셈을 여기에 겹치면 이 제안이 왜 지금 나왔는지가 보인다. AI로 후보 물질이 늘면 1상에 들어가는 약도 는다. 그 약 대부분이 2상이나 3상에서 떨어진다 해도, 떨어지기 전까지 치른 임상은 모두 누군가의 일감이다. 신약 회사가 보면 후보가 많아질수록 한 약의 성공 확률을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지고, CRO가 보면 후보가 많아질수록 일감이 는다. 같은 변화가 신약 회사와 CRO에 반대로 작용한다.

2 CRO는 일을 받아 주는 회사에서 데이터가 도는 고리의 주인으로 바뀌었다

네 자리를 돈 자료가 첫 자리로 돌아온다

자리 CRO가 하는 일 개발 방향 처방 데이터로 수요 분석 임상 설계 · 병원 · 환자 모집 허가 제출 자료 · 규제 기관 대응 출시 뒤 실제 효과 추적 RWE 다시 개발 방향으로

많은 사람이 CRO를 임상 대행업체 정도로 보지만 대형 CRO의 사업은 그 범위를 한참 넘는다고 진행자는 말한다. 들어와 있는 자리는 넷이다.

첫 자리는 개발 방향이다. 보험 청구 데이터와 처방 데이터로 어떤 질환에 어떤 치료 수요가 있는지 분석해 제약사에 제시한다. 둘째는 임상 자체로, 설계부터 병원 선정, 환자 모집, 데이터 분석, 통계 관리까지 맡는다. 셋째는 허가다. 제출 자료를 만들고 규제 기관 대응을 돕는다. 넷째는 출시 뒤다. 약이 잘 팔리도록 돕고, 실제 환자에게서 효과가 어떤지, 장기 안전성이 어떤지, 비용 대비 효과가 어떤지를 추적한다.

넷째 자리에서 나온 데이터가 첫째 자리로 돌아간다는 점이 이 절의 요지다. 실제 진료에서 나온 근거를 RWE(리얼 월드 에비던스 — 임상시험 밖 실제 환자에게서 모인 효과·안전성 자료)라 하고, 이것이 다시 CRO 데이터베이스로 들어와 다음 신약의 방향을 잡는 재료가 된다. 한 바퀴 돌 때마다 전에 못 보던 영역까지 덮게 된다고 진행자는 말한다.

진행자가 이 구조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일감이 많아서가 아니다. 일을 하는 동안 부산물로 쌓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환자를 모집하면 임상이 빨리 끝나는지, 어느 병원이 어떤 질환 환자를 잘 모으는지, 어떤 설계가 효과적인지, 규제 기관이 무슨 자료를 요구하는지, 출시 뒤 실제 효과가 어땠는지. 그래서 CRO의 경쟁력이 인력 규모에서 업력, 인적 자산, 데이터, 병원 네트워크가 묶인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정리한다.

여기서 지난 회차와 이어지는 셈이 하나 선다. 지난주 진행자는 임상 업체가 몇 개 없는 글로벌 과점이라서 샀다고 했다. 과점이 계속되려면 물량이 늘 때 새 회사가 붙기 어려워야 한다. 인력이 경쟁력이라면 사람을 뽑아 들어올 수 있다. 몇 바퀴 돈 데이터가 경쟁력이라면 새 회사는 첫 바퀴부터 돌아야 한다. 이번 회차의 고리 설명은 지난주 매수 근거의 뒷받침으로 읽을 수 있다.

제약사가 봐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 개발 방향 분석을 맡긴 회사에 임상을 맡기고, 그 임상 자료로 허가 서류를 만든 회사에 출시 뒤 추적까지 맡기면 네 자리가 한 회사 안에서 이어진다. 중간에 한 자리만 다른 회사로 옮기면 앞 자리에서 쌓인 자료를 넘겨받는 일부터 다시 해야 한다. 진행자가 이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워크플로 안에 이미 CRO가 들어와 있다는 말이 가리키는 것이 이 이어짐이다.

3 AI가 닿는 쪽은 설계와 문서, 못 닿는 쪽은 병원과 환자다

AI가 닿는 쪽과 못 닿는 쪽

쪽 일 AI 디자인 설계 · 문서 · 데이터 대체 가능 오퍼레이션 환자 · 병원 · 규제 기관 어려움

진행자는 예상되는 반론을 먼저 꺼낸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데 CRO라고 못 하겠느냐는 것이다. 답은 업무를 둘로 나누는 데서 나온다.

클리니컬 디자인 업무는 임상 프로토콜을 설계하고 문서와 데이터를 관리하는 일이다. 진행자는 이 일은 AI가 생산성을 높이거나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다.

클리니컬 오퍼레이션 업무는 다르다. 임상을 하려면 환자를 모아야 하고, 환자를 모으려면 병원이 있어야 한다. 글로벌 임상이면 여러 나라의 병원과 연구진과 의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고, FDA나 EMA 같은 규제 기관에도 대응해야 한다. AI가 임상 참여자를 모아 드리겠다고 해서 풀리는 일이 아니라고 진행자는 잘라 말한다. 필요한 것은 어느 병원에 어떤 환자가 있는지, 그 병원과 CRO가 얼마나 오래 관계를 맺어 왔는지, 어떤 연구진이 어떤 질환의 임상 경험을 가졌는지, 나라마다 임상을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앎이다.

결론은 CRO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CRO 사이의 격차가 커진다는 것이다. 사람을 투입해 문서를 만들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회사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병원 네트워크가 강하고 임상 경험이 오래 쌓였고 독자 데이터와 디지털 임상 플랫폼까지 가진 회사가 유리해진다.

이 나눔은 2절의 고리와 맞물린다. AI가 싸게 만드는 일은 누구나 살 수 있는 도구로 하는 일이다. 병원 관계와 환자 분포에 대한 앎은 고리를 여러 번 돈 회사에만 있다. 설계와 문서 비용이 모든 CRO에서 함께 내려가면, 회사 사이에 남는 차이는 오퍼레이션 업무뿐이다. 진행자가 기업을 볼 때 첫째로 병원 네트워크와 임상 경험, 둘째로 데이터, 셋째로 AI와 디지털 플랫폼 적용을 꼽은 순서도 이 나눔을 따른다. AI 적용이 셋째인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어서다.

다만 셋째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프로토콜 설계와 문서 작업이 빨라지면 같은 인원이 더 많은 임상을 동시에 굴릴 수 있다. 오퍼레이션 업무의 병원 관계가 같더라도 디자인 업무를 먼저 줄인 회사가 늘어난 물량을 더 싸게 받는다. 진행자가 유리하다고 본 회사의 조건 끝에 디지털 임상 플랫폼을 붙인 것도 네트워크 위에 얹히는 도구로서다.

4 AI가 일한다는 증거는 발표문이 아니라 직원 한 명당 숫자에 남는다

같은 매출 증가, 두 판정

매출이 늘 때 판정 직원도 같이 늘었다 개선이라 못 한다 매출·현금이 더 가파르다 구조가 고쳐진다

이 회차에서 가장 쓸모 있는 대목은 확인 방법이다. CRO는 AI가 아무리 중요해도 사람 손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매출이 늘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직원 한 명이 매출을 얼마나 만드는지, 인당 순이익과 인당 잉여현금흐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같이 보라고 한다.

판정은 두 갈래다. 매출이 늘 때 직원 수와 인건비도 같은 속도로 늘면 AI를 들였어도 생산성이 올랐다고 말할 수 없다. 직원 증가율보다 매출이나 현금 증가율이 가팔라지면 AI가 비용과 수익 구조를 실제로 고치고 있다는 근거가 된다. AI를 도입했다는 발표가 아니라 인당 생산성과 현금 창출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보라는 것이 결론이다.

셈은 단순하다. 매출은 직원 수에 인당 매출을 곱한 것이다. AI가 디자인 업무를 줄였다면 같은 매출을 적은 사람으로 낼 수 있고, 그 차이는 분모인 직원 수가 덜 늘어나는 데서 먼저 드러난다. 인당 순이익과 인당 잉여현금흐름까지 보라는 것은 인건비를 외주비나 소프트웨어 비용으로 옮겨 인당 매출만 좋아 보이게 만든 경우를 거르기 위해서다.

5 이 회차가 말하지 않은 것, 그리고 두 회차의 판단이 부딪히는 곳

빠진 것이 셋이다. ① 회사 이름이 없다. 대형 CRO라고만 하고 어느 회사인지, 지난 회차에서 샀다는 임상 업체가 어디인지 밝히지 않는다. ② 숫자가 없다. CRO 시장 규모, 상위 회사 점유율, 인당 매출의 실제 수준이나 추세 어느 것도 나오지 않는다. 판정 기준만 있고 그 기준에 넣어 본 숫자가 없다. ③ 수수료가 어떻게 정해지는지가 없다. AI로 디자인 업무 비용이 모든 회사에서 내려가면 제약사가 그만큼 대행료를 깎자고 할 수 있는데, 절감분을 CRO가 갖는지 제약사가 갖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더 눈여겨볼 것은 두 회차의 판단이 한 숫자에서 부딪힌다는 점이다. 지난주 논리는 후보 물질이 몰려 임상 물량이 는다는 것이었고, 이번 회차는 오퍼레이션이 사람과 네트워크의 일이라고 했다. 둘을 함께 믿으면 물량이 늘 때 CRO는 환자 모집과 병원 관리에 사람을 더 뽑아야 한다. 그러면 직원 수가 매출만큼 늘고, 진행자의 판정 기준으로는 AI 효과가 없다고 읽힌다. 병목이 진짜일수록 인당 지표가 나빠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당 숫자를 볼 때는 늘어난 직원이 어느 업무에 붙었는지를 나눠 봐야 한다. 디자인 업무 인원이 줄거나 그대로인데 오퍼레이션 업무만 늘었다면, 진행자의 두 판단이 함께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두 업무 인원이 똑같이 늘었다면 AI는 아직 비용 구조에 닿지 않은 것이다. 회사가 인원을 이 둘로 나눠 공시하지 않는다면, 이 회차가 권한 확인 방법은 전체 숫자만으로는 답을 주지 못한다.

무엇이 나오면 이 판단이 흔들리는지도 둘로 추릴 수 있다. ① 환자 모집을 돕는 디지털 도구가 병원 관계를 대신하기 시작하는지. 진행자가 AI로 안 풀린다고 한 자리가 모집이므로, 여기서 외부 플랫폼이 병원을 거치지 않고 환자를 모으면 오퍼레이션 업무 장벽도 낮아진다. ② 늘어난 후보 물질이 실제 임상 시작 건수로 이어지는지. 전임상에서 대부분 걸러지면 CRO 앞에 쌓일 물량은 생각만큼 늘지 않는다.

다음 회차는 약을 대신 만드는 CDMO다. 지난주 판단을 미룬 생산에 진행자가 어떤 답을 내는지가 이 시리즈의 남은 물음이다.

전사를 줄 번호로 대조해 쓴 글이다. 원본 insights/seemore/2026-09-13-pharma-cro-strategy.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