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씨모어의 TJ가 제약유통 연재를 열며 미국 유통 구조 한 편을 냈다. 한국 투자자에게 이 산업이 왜 안 읽히는지에서 출발해, 처방전을 대신 처리해 주던 업체가 어떻게 약이 팔릴지를 정하는 자리에 올라섰는지를 짚는다. 이 글은 그 이동이 어느 단계에서 일어났는지를 읽는다.
같은 약이 지나는 길이 다르다
진행자가 이 산업을 한 달에 걸쳐 다루겠다고 하면서 먼저 한 말은 이해하기가 진짜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의 상식으로는 체계가 너무 달라 산업 자체를 이해하는 데만 몇 달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이 엄살이 아니라 이 편의 구조를 정한다 — 회사를 세기 전에 길을 그려야 한다.
한국에서 약을 타는 길은 짧다. 제약회사가 도매상에 주고, 도매상이 약국에 주고, 약국이 소비자에게 팔면서 나머지 약값을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다. 청구를 받는 곳이 하나다.
미국은 그 하나가 없다. 의료보험이 전부 민영이라 주마다 네다섯 개씩만 잡아도 전국에 몇백 개가 되고, 환자가 다른 주로 옮기면 그 주의 병원과 약국을 또 쓴다. 약을 파는 곳도 약국만이 아니라 식료품 유통점, 월마트, 아마존 온라인 약국, 우편 주문으로 갈린다.
경우의 수가 늘어난 자리는 셋이다. ① 소비자는 처방전이 자기 보험으로 커버되는지, 어느 약국에서 사야 보험금이 나오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의사는 약 이름이 아니라 성분명으로 처방한다. ② 보험사는 고객이 여러 곳에 동시 가입할 수 있어 중복 청구를 막으려면 서로 확인해야 한다. ③ 약국은 고객의 거주지와 가입 보험을 파악해 다른 주 보험사에 우편으로 청구했고 그러면 몇 달이 걸렸다.
세 자리가 다 같은 성격이다.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확인할 곳이 많다. 어려운 일은 잘하는 회사가 가져가지만, 확인할 곳이 많은 일은 모든 곳과 연결된 회사가 가져간다. 미국 제약유통에서 값이 어디에 고이는지를 정한 것이 이 차이다.
이 셋을 통째로 대신 해 주겠다고 나온 것이 PBM(파머시 베네핏 매니저 — 처방약 급여를 관리하는 대행업체)이다. 한 해 처방전이 60억 건인 시장에서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맡은 것이다. 시작은 잡무였다.
조사를 맡긴 일이 권한이 되기까지
대행을 하면 데이터가 쌓인다. 어떤 약이 많이 팔리는지, 어느 보험사가 무슨 약을 커버하는지가 PBM에 모였고, PBM은 그 자료를 들고 기업 고객 보험 영업까지 시작한다. 이때까지도 제약유통의 주도권은 도매상에 있었다.
판이 뒤집힌 계기는 보험사 쪽의 사고였다. 1990년대에 보험사들이 약값 보험금 지급으로 적자를 내기 시작했고, 원인을 알아내려고 자료를 가장 많이 가진 PBM에 조사를 맡겼다. 답은 의학 기술이 발달해 새 치료제와 지속 관리약이 쏟아졌고 그 약들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보험사가 한 걸음을 더 갔다. 그러면 시중 약을 조사해 보험으로 커버할 약의 목록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것이 포뮬러리(급여 목록 — 보험이 값을 대 주는 약의 명단)다. 그리고 그 목록을 들고 제약사를 찾아가 약값을 깎아 오라는 협상 임무까지 맡긴다.
넘어간 것은 일이 아니라 권한이다. 어느 약이 목록에 오르는지를 정하는 쪽이 곧 어느 약이 팔리는지를 정한다. 보험사는 자기 돈이 나가는 것을 줄이려고 대행업체에 목록을 맡겼는데, 그 목록이 산업에서 가장 값나가는 자리였다.
깎은 값과 뒤로 준 값이 갈라지는 자리
협상은 이렇게 굴러간다. PBM이 포뮬러리 등재를 걸고 약값 50% 인하를 요구하면, 제약사는 표면 약값은 10%만 깎고 나머지 20%를 뒤로 리베이트로 준다. 목록에 없는 제약사에는 비슷한 성분의 경쟁약이 이미 올라가 잘 팔리고 있다며 리베이트를 조건으로 등재를 제안한다.
숫자를 나눠 보면 이 거래에서 무엇이 오가는지가 드러난다. 표면 약값은 10%만 내려간다 — 이것이 세상에 보이는 값이다. 뒤로 가는 20%는 PBM이 받는다 — 이것이 보이지 않는 값이다. 제약사는 목록에 오르고, PBM은 현금을 받고, 목록에 못 오른 약은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도매상의 힘은 줄고 커버 여부를 쥔 PBM의 힘이 커진다. 도매상은 약을 옮기는 일을 그대로 하고 있는데 자리가 밀렸다. 옮기는 일보다 팔릴지를 정하는 일이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 제약사가 값을 올릴 이유도 같이 생긴다. 뒤로 나가는 20%를 표면 값에 얹어 두면 깎이고도 남는다. 그래서 목록에 오르려고 깎는 협상이 도리어 표시 가격을 밀어 올린다. 깎는 사람과 내는 사람이 다를 때 협상이 값을 낮추지 않는다는 것이 이 절에서 볼 것이다.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는 나라가 재원만 대고 일반 보험사가 상품을 팔아 고령층 병원비와 약값을 지급한 뒤 국가에 청구하는 구조다. 여기서 조건이 하나 바뀐다. 약값을 누가 내느냐다.
민간 보험에서는 약값이 오르면 보험사가 손해를 보니 PBM에 깎으라고 시킨다. 공적 보험에서는 어차피 나라가 다 낸다. 그러면 굳이 깎을 필요 없이 리베이트를 더 받으면 된다는 발상이 나오고, PBM은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제약회사·PBM·보험사 셋 사이에서 리베이트가 오가는 순서는 이렇게 닫힌다. 제약회사가 PBM에 리베이트를 주고, PBM은 일부를 보험사와 영업 고객사에 나눠 주고, 제약회사는 그사이 약값을 올린다. 이 고리 안의 셋은 다 얻는다.
밖에 있는 사람이 낸다. 고령층이 아닌 일반 소비자가 오른 약값을 그대로 떠안고, 보험사는 커버 비율을 유지하려면 보험료를 올리라고 요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약회사가 아니라 보험회사와 PBM을 약값이 비싼 원흉으로 지목한 이유가 이 고리에 있다.
진행자는 그래서 약값 인하 발표로 복제약 회사가 특혜를 받을 것이라는 신문 보도를 근거 없는 얘기로 본다. 복제약이 싸다는 것과 그 약이 목록에 오른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주가 신약 개발·FDA 승인·임상 통과 소식에 급등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유를 진행자는 여기서 찾는다. 아무리 좋은 약을 만들어도 미국에 팔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만의 사정이 아니다. 다이이치 산쿄나 다케다제약 같은 큰 글로벌 제약사도 미국에 단독으로 들어가 약을 팔지 못한다. PBM을 공략하지 못하면 유통에 들어갈 수 없는데 PBM이 요구하는 리베이트 규모가 너무 크다. 그래서 파이저·일라이릴리·애브비 같은 미국 빅파마와 파트너십을 맺어 우회하고, 그 대가로 큰 지분을 내준다.
진행자가 셀트리온의 일라이릴리 미국 현지 공장 인수(4,500억 원)를 셀트리온 역사상 가장 현명한 투자로 보는 것도 같은 셈이다. 바이오시밀러도 결국 PBM을 상대해야 하는데, 일라이릴리와 엮이면 협상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우회로에는 값이 붙는다. 파트너십의 대가로 내주는 큰 지분이 그것이다. 약을 다 만들어 놓고도 미국에 들어가려면 지분을 떼 줘야 한다면, 그 나라 시장의 값은 약을 만든 회사가 아니라 문을 여는 회사가 가져간다. 국내 제약사의 임상 성공 기사가 주가를 올렸다가 되돌리는 자리도 여기다 — 기사에는 약이 있고 문은 없다.
여기서 보이는 것은 기술과 유통이 다른 자산이라는 사실이다. 임상 통과는 약이 좋다는 증명이고, 포뮬러리 등재는 그 약이 팔린다는 허가다. 국내 제약사 주가가 앞의 것에만 반응하는 동안 뒤의 것은 아무도 안 세고 있었다.
상위 세 개 PBM이 시장의 80%를 잡았고 셋 다 관계사로 보험사를 두고 있다. 유나이티드헬스가 보험사와 PBM을 함께 가진 대표 사례다. 워런 버핏이 이 회사를 매수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오른 것도, 약국 체인도 도매상도 아닌 회사가 순이익의 거의 절반을 제약유통에서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0년대에 PBM은 항암제 같은 고가 특수의약품 유통까지 손을 뻗는다. 목록을 쥔 쪽이 물건을 옮기는 일까지 가져가려는 움직임이다. 도매상에게는 마지막 남은 자리가 걸린 일이 된다.
도매상이 쥔 것은 목록이 아니라 물건이다. 특수의약품은 온도를 지켜 옮겨야 하고 그 설비와 노하우는 목록을 만드는 회사가 하루아침에 갖출 수 없다. PBM이 이 자리로 들어오려면 남의 강점 위에서 싸워야 한다.
그래서 이 회차의 마지막 그림은 한쪽이 이긴 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쪽 마당으로 넘어가는 판이다. 목록을 쥔 쪽은 물류로, 물류를 쥔 쪽은 처방으로. 이 회차는 여기서 끊고 다음 편에서 도매상의 반격을 다루겠다고 예고한다.
빠진 것이 셋이다. ① PBM 세 곳의 이름이 이 편에는 안 나온다. 80%라는 점유율만 있고 누가 얼마씩인지는 다음 편으로 미뤄진다. ② 리베이트 50·10·20이라는 수는 협상의 예시로 제시된 것이지 평균이나 공표치가 아니다. ③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실제로 무엇을 바꿨는지는 없다. 지목했다는 사실만 있다.
넷째로, 이 편은 도매상이 왜 밀렸는지를 PBM 쪽에서만 본다. 도매상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왜 목록을 만드는 일을 자기가 안 가져갔는지는 안 나온다. 한쪽 이야기로 선 판이라 다음 편의 반격을 보고서야 균형이 잡힌다.
무엇이 나오면 이 판단이 흔들리는지도 셋이다. ① 리베이트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규제가 바뀌면 3절의 20%가 설 자리가 좁아진다. 값이 보이는 순간 그 돈을 받는 근거를 대야 한다. ② 공적 보험이 약값을 직접 협상하기 시작하면 4절의 조건이 뒤집힌다. 나라가 내 준다는 전제 위에 선 셈이라 전제가 바뀌면 결론도 바뀐다. ③ PBM이 특수의약품 유통에서 실제로 자리를 잡으면 6절의 물음이 닫힌다. 다음 편이 그 반대쪽을 다룬다.
지난 편이 PBM이 도매상의 자리를 어떻게 빼앗았는지였다면, 이 편은 도매상이 무엇으로 되받았는지다. 진행자는 반격의 수단 둘을 짚은 뒤 지금 상태를 내쉬 균형이라 부르고, 그 상태 자체가 투자 판단이 된다고 말한다. 이 글은 그 판단이 어디에 기대고 있는지를 읽는다.
도매상이 처음 잡은 것은 제약사도 보험사도 아니고 의사다. 항암제 같은 특수의약품은 환자가 고르는 물건이 아니라 의사가 골라 처방하는 물건이라는 성질 때문이다.
이 성질이 왜 반격의 지렛대가 되는지는 PBM의 힘이 어디서 오는지와 붙여 보면 보인다. PBM은 보험이 어느 약에 값을 대는지를 정한다. 그런데 보험이 값을 대 준다고 해서 그 약이 쓰이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에 무엇을 쓸지 정하는 손이 따로 있다. 도매상은 그 손을 모으기로 한다.
이 지렛대가 특수의약품에서만 세게 걸린다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 감기약은 환자가 약국에서 고르거나 값싼 복제약으로 갈아탈 수 있어 목록이 곧 판매다. 항암제는 다르다. 무엇을 쓸지 판단할 사람이 의사뿐이고, 그 판단이 틀리면 환자가 다친다. 값으로 갈아타라고 말할 수 없으니 목록의 힘이 거기서 멈춘다.
모으는 방법은 대행이다. 네트워크에 들어온 의사에게 병원 재고 관리, 세무 관리, 보험 청구 관리, 환자 이력 관리, 병원 내 고용 관리까지 대신 처리해 준다. 의사는 치료만 하면 된다. 지난 편에서 PBM이 보험사의 잡무를 맡아 발판을 얻었던 것과 같은 수다 — 남이 하기 싫은 일을 떠맡으면 그 사람의 결정에 가까워진다.
대행이 유인이 되는 이유는 병원의 셈에 있다. 미국 병원에서 보험 청구와 환자 이력 관리에 붙는 사람과 시간은 진료로 버는 돈에서 그대로 빠지는 비용이다. 그것을 도매상이 가져가면 의사는 같은 시간에 환자를 더 본다. 도매상은 이미 청구와 물류를 다루던 회사라 한 병원을 더 받는 데 드는 비용이 적다. 병원에는 큰 비용인 일이 도매상에는 작은 비용이라 거래가 성립한다.
네트워크가 커지면 제약사를 상대로 말이 선다. 조건을 맞추는 제약사의 약은 네트워크 의사들이 쓰게 해 주고, PBM 약국에 공급하는 제약사에는 앞으로 우리 네트워크에서 그 약을 아예 안 쓰겠다고 할 수 있다. 종양학 네트워크에는 미국 대부분의 의사가 들어 있고 그 운영자가 미국 1위 도매상이다. 이 도매상이 공급을 끊겠다고 하면 제약사가 무시할 수 없다.
되받은 수 둘은 오래가는 정도가 다르다
두 번째는 차지백 옵션이다. 특수의약품은 콜드체인 같은 유통 노하우와 설비가 있어야 옮길 수 있고 PBM이 단기간에 갖추기 어렵다. 그래서 도매상은 제약사가 다른 곳에 더 싸게 공급하면 그 차액을 도매상에 돌려주게 하는 조항을 건다.
이 조항이 막는 것은 값이 아니라 길이다. PBM이 제약사에서 직접 싸게 받아 우회하려 해도, 그렇게 하면 제약사가 도매상에 차액을 물어야 하니 애초에 그 거래를 안 하게 된다. 물류를 못 갖춘 PBM 이 값으로 뚫으려는 길을 계약으로 닫은 것이다.
장치 둘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봐 둘 만하다. 의사 네트워크는 쌓는 데 몇 년이 걸리고 한번 쌓이면 잘 안 무너지는 자산이고, 차지백 옵션은 계약서에 넣는 순간 서는 대신 규제나 소송으로 걷힐 수 있는 장치다. 도매상이 반격에 쓴 수 가운데 오래갈 것과 조건에 달린 것이 섞여 있다.
제약사가 거부하면 도매상은 그 회사의 다른 약까지 유통을 끊겠다고 압박해 결국 받아들이게 만든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도매상의 힘이 약 한 종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러 약을 한꺼번에 옮겨 주기 때문에 한 약의 협상에 다른 약을 얹을 수 있다.
그래서 진행자의 정리가 나온다. 큰 제약사가 아니면 유통 사업자에게든 PBM에게든 휘둘릴 수밖에 없고, 한국 제약사도 큰 제약사와 파트너십 없이는 미국에 단독으로 못 들어간다. 지난 편의 결론이 반대편에서 한 번 더 확인된다.
같은 약 한 통에서 두 회사가 다른 항목으로 뗀다
두 사업자가 쥔 것이 갈린다. PBM은 어떤 약이 보험 적용을 받는지를 정해 수요를 움직이고, 도매상은 의사 네트워크로 환자가 실제로 무엇을 투여받는지를 정해 공급을 움직인다.
수요를 쥔다는 것과 공급을 쥔다는 것은 돈을 받는 방식도 다르다. PBM은 목록에 올려 주는 대가로 제약사에서 받고, 도매상은 약을 옮기고 병원 일을 대신해 준 대가로 받는다. 같은 약 한 통에서 두 회사가 서로 다른 항목으로 값을 뗀다. PBM 이 더 받는다고 도매상이 덜 받지 않으니 싸울 이유 자체가 약하다.
같은 산업 안인데 겨루는 자리가 겹치지 않는다. 둘은 경쟁도 하지만 서로의 수익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협력에 가까운 관계를 이어 간다. 도매상이 2020년대 들어 PBM의 공세를 잘 막아 왔고 도매상 주가가 2020년 이후 계속 올랐다는 것이 그 결과다.
균형이라는 말이 사이좋다는 뜻은 아니다. 서로를 칠 수 있는데 쳐 봐야 자기가 손해라서 안 치는 상태다. PBM은 특수의약품 유통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물류와 계약이 막고, 도매상은 목록으로 갈 수 있지만 보험사와 엮인 PBM을 상대해야 한다. 둘 다 남의 마당에서 싸우면 자기 마당에서 쓰던 무기가 안 통한다.
진행자는 이 상태를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인물 존 내시가 논문으로 낸 내쉬 균형에 빗댄다. 서로 상대의 수를 알고 있고, 그 상태에서 혼자 전략을 바꿔 봐야 더 나아지지 않으니 아무도 안 바꾸는 자리다.
진행자가 반대쪽 예로 든 것이 반도체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일본·미국이 단가 싸움을 벌였고 디램에서는 삼성이 최종 승자가 됐다.
두 산업이 갈리는 지점은 겨루는 물건이 같으냐다. 같은 제품으로 붙으면 한쪽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싸운다. 도매상과 PBM은 같은 산업 안에 있어도 하는 일이 달라, 담합하지 않고도 서로 전략을 안 바꾸는 상태가 유지된다.
반도체가 그렇게 된 것은 파는 물건이 서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같은 규격의 디램이면 어느 회사 것이든 상관없으니 남는 무기가 값뿐이고, 값으로만 붙으면 원가를 견디는 회사만 남는다. 제약유통에서는 도매상의 창고와 PBM의 목록이 서로를 대체하지 못한다. 대체되지 않는 둘 사이에는 단가 싸움이 안 생긴다.
투자자에게 이 구분은 값을 정하는 구분이다. 단가 싸움이 붙은 산업에서는 이기는 회사를 맞혀야 하고 그것을 맞히는 일은 어렵다. 균형이 선 산업에서는 누가 이길지를 안 물어도 된다. 진행자가 어떤 산업이 내쉬 균형이면 회사 몇 개만 골라 계속 들고 있어도 수익이 나고 주가가 우상향한다고 말한 근거가 여기다.
진행자는 PBM이나 도매상 중 괜찮은 곳을 한두 개 골라 놓고 잊어버리면 어느 순간 주가가 두세 배, 네 배까지 오른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관심 없는 제약유통을 다룬 이유가 바로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고도 밝힌다.
이 판단은 회사에 걸린 것이 아니라 상태에 걸려 있다. 그래서 확인할 것도 회사가 아니라 상태다. ① PBM 과 도매상이 서로의 마당을 안 건드리는지. PBM이 특수의약품 유통에 실제로 들어오면 균형이 아니라 다시 싸움이다. ② 밖에서 규칙이 바뀌지 않는지. 리베이트나 목록 작성 권한에 규제가 걸리면 한쪽의 수익 구조가 통째로 바뀐다. ③ 새로 들어오는 회사가 없는지. 균형은 참가자가 정해져 있을 때만 균형이다.
앞의 셋 가운데 첫째는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을 지난 편이 말했다. PBM이 2010년대에 특수의약품 유통으로 손을 뻗었고, 이 편의 반격 둘이 바로 그 손을 막은 수다. 그러니 지금의 균형은 아무도 안 움직여서 생긴 것이 아니라 한쪽이 들어오려다 막혀서 생긴 것이다. 막은 장치가 계속 서 있는지가 곧 균형이 서 있는지다.
진행자 자신도 산업과 회사를 공부해야 버티고 추가 매수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영상에서 말한 회사의 다음 날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고, 확신이 있으면 조정이 물타기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오래 들고 있으라는 말과 공부하라는 말이 같이 붙어야 하는 이유는 앞의 셋 때문이다. 상태가 바뀌었는지는 값이 안 알려 준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이 편의 결론이 개념 하나로 서 있다는 점이다. 진행자도 오늘 핵심은 협력과 경쟁 관계의 세부가 아니라 내쉬 균형이라는 개념 자체이며, 이런 산업을 찾으면 적당한 회사를 사서 잊어버리라고 말한다. 개념이 맞아도 그 개념이 이 산업에 붙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하고, 이 편에는 그 확인에 쓸 수가 거의 없다.
빠진 것이 셋이다. ① 균형이 언제부터인지가 없다. 도매상 주가가 2020년 이후 올랐다는 것만 있고 그 전 몇 년이 싸움이었는지는 안 나온다. ② 값이 없다. 도매상 마진, PBM 수익, 네트워크에 든 의사 수 어느 것도 수로 제시되지 않는다. 종양학 네트워크에 미국 대부분의 의사가 있다는 말이 가장 구체적인 대목이다. ③ 규제 이야기가 없다. 지난 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PBM을 지목했다고 했는데, 그 압박이 이 균형에 무엇을 하는지는 이 편에 없다.
무엇이 나오면 이 판단이 흔들리는지도 셋이다. ① 도매 3사끼리 붙으면. 균형은 PBM과 도매상 사이의 이야기이고 도매상들 사이의 이야기가 아니다. 셋이 같은 네트워크를 두고 겨루면 반도체와 같은 이야기가 된다. ② 의사 네트워크의 대행 서비스가 흔해지면. 지금은 그것이 가입 유인인데 남들도 다 해 주면 유인이 사라진다. ③ 차지백 옵션이 규제나 소송으로 막히면 2절이 무너진다. 계약으로 닫은 길이라 계약을 못 쓰게 되면 그대로 열린다.
앞의 두 편이 산업을 그렸다면 이 편은 회사를 고르기 시작한다. 진행자는 도매 셋과 PBM 셋, 여섯 회사 가운데 하나씩 따져 보겠다고 하고 도매 쪽부터 연다. 이 글은 그 고르기가 어떤 셈으로 한 이름에 닿았는지를 읽는다.
도매 3강은 맥케슨, 센코라, 카디널헬스이고 셋이 시장의 90% 이상을 갖고 있다. 새로 들어오려면 물류 노하우와 물류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데 이미 완벽히 서 있는 데다 새로 만들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신규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맥케슨의 콜드체인으로 2020~2021년 코로나19 백신이 미국 전역에 퍼졌다는 것이 그 설비의 크기를 보여 준다.
이 셋이 나눠 가진 90%가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세어 볼 만하다. 미국에서 한 해 나가는 약이 거의 다 이 세 회사의 창고를 지난다는 말이고, 제약사도 약국도 병원도 셋 중 하나와는 반드시 거래한다는 말이다. 값을 정할 힘이 여기서 나오지는 않지만 무슨 약이 어디로 얼마나 가는지를 아는 자리는 여기밖에 없다. 뒤에서 볼 의료 네트워크가 이 자리 위에 서 있다.
수익 구조는 얇다. 도매 영역의 순이익률은 대략 1%다. 이 수만 보면 안 좋은 장사인데 진행자는 반대로 읽는다. 매출 규모가 워낙 커서 1%로도 절대 금액이 5조 원을 넘기 때문이다. 맥케슨의 매출은 삼성전자 한 해 매출액보다 많고 미국 내 매출 상위 12위권이다.
얇은 마진이 뜻하는 것이 둘이다. ① 값을 올려서 버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니 값 경쟁으로 흔들릴 것도 없다. ② 새로 들어오는 쪽에게는 매력이 없다. 1% 마진을 받으려고 물류망을 새로 깔 회사는 없다. 얇은 마진이 곧 담장이다.
담장의 성격도 봐 둘 만하다. 특허나 기술로 세운 담장은 더 나은 기술이 나오면 넘어가지만, 창고와 배송망으로 세운 담장은 넘어가려면 같은 돈을 다시 써야 한다. 기술은 한 사람이 옮겨 가면 따라오지만 냉장 창고는 안 따라온다. 도매 3사가 90%를 오래 쥐고 있는 이유가 잘해서라기보다 이 담장의 성격 때문이다.
여기에 수요 쪽 성질이 붙는다. 약은 경기와 무관한 필수재라 침체에도 수요가 꾸준하고, 의학이 발달해 예전에는 못 고치던 병까지 관리 대상이 되면서 환자 수가 오히려 늘고, 고령화로 사람들이 약을 더 먹는다. 파는 양이 줄지 않는 물건을 얇게 남기며 많이 옮기는 자리라는 뜻이다.
지난 편에서 도매상이 PBM과 싸우려고 의사 네트워크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 네트워크가 지금은 다른 물건이 되어 있다. 의사는 환자 치료만 하고 나머지는 도매상이 대행하면서, 도매상이 약을 옮기는 회사를 넘어 의료 플랫폼 업체로 진화했다.
방어로 만든 것이 수익원이 되는 경로는 흔하지 않다. 보통 방어에 쓴 비용은 그냥 비용으로 끝난다. 여기서 달랐던 것은 방어 수단이 남의 일을 대신 해 주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대신 해 주면 그 일에 붙는 자료와 관계가 우리 쪽에 남는다. 싸움이 끝나도 남는다.
대행이 자료로 남는다는 점은 값을 정하는 방식도 바꾼다. 약을 옮기고 받는 값은 옮긴 양에 비례하지만, 병원 일을 대신 해 주고 받는 값은 그 병원이 우리 없이 못 돌아가는 정도에 비례한다. 앞의 것은 매년 다시 협상하는 값이고 뒤의 것은 잘 안 끊기는 값이다. 도매상이 플랫폼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자리가 여기다.
그래서 지금 도매상이 힘을 쏟는 곳이 특수의약품 유통이다. 특수의약품은 종양학, 자가면역 질환, 희귀 질환, 신경학, 안과 질환을 치료하는 최신 약제를 가리킨다. 일반 약과 달리 다루기 까다롭고 값이 비싸다.
크기와 판 자리가 같이 간다
다섯 갈래가 같은 무게가 아니다. 종양학이 특수의약품 시장의 45%로 가장 크고, 도매상들이 가장 먼저 의료 네트워크를 세운 곳도 여기다. 크기와 진출 순서가 같이 간다.
안 들어간 곳도 이유가 있다. 자가면역 질환은 시장의 20% 내외인데 유럽계 제약사가 강해 도매상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희귀 질환과 신경학은 뛰어드는 제약사가 적어 네트워크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 시장이 커도 상대가 유럽 제약사면 지렛대가 안 걸리고, 상대가 적으면 모을 의사도 적다.
지금 힘을 쏟는 곳은 안과다. 전체의 5% 정도로 작지만 급성장하고 있어 최근 도매상이 이 분야 네트워크 구성에 매달리고 있고, 노안을 치료하는 안약이 개발되고 있다는 기사도 언급된다. 진행자는 노안 치료제가 나오면 전 세계 50세 이상이 거의 다 쓸 것이고 그것을 옮기는 도매상도 크게 벌 것이라고 본다.
특수의약품에서 마진율은 1~3%로 여전히 얇지만 약값 자체가 비싸 절대 금액이 크다. 1절에서 본 셈이 한 번 더 반복된다 — 이 산업에서 값은 비율이 아니라 지나가는 양에서 나온다.
셋이 다른 곳을 팠는데 한 곳으로 모였다
PBM의 압박에 도매 셋이 다르게 대응했다. 맥케슨은 의료 네트워크, 센코라는 제약사와의 관계, 카디널헬스는 특수의약품의 최종 소비자인 환자와의 관계에 각각 힘을 쏟았다.
결과는 한쪽으로 모였다. 센코라와 카디널헬스도 결국 맥케슨의 의료 네트워크 방식을 따라가고 있는데, 제약사나 환자와의 관계만으로는 PBM과의 싸움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왜 그 둘이 안 통했는지는 앞 편의 구조로 설명된다. PBM이 쥔 것은 보험이 어느 약에 값을 대는지다. 제약사와 친해 봐야 그 약이 목록에 못 오르면 안 팔리고, 환자와 친해 봐야 환자가 처방을 고르지 않는다. 세 갈래 가운데 PBM의 결정을 실제로 되받아치는 자리는 처방하는 손 하나뿐이었다.
수렴이 확인해 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셋이 각자 다른 답을 시험했다는 것은 이 산업에 정답이 미리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맥케슨이 처음부터 옳은 곳을 판 것이 아니라 셋 중 하나가 옳은 곳을 팠고 나머지가 몇 년을 들여 그것을 확인해 줬다. 뒤늦게 따라가는 두 회사의 움직임이 앞선 회사의 선택을 검증하는 자료가 된다.
늦게 따라가면 자리는 이미 차 있다. 맥케슨은 미국에서 가장 큰 종양학 네트워크를 갖고 안과 쪽도 짜고 있다. 센코라는 종양학을 이미 뺏겼고 안과에서 시도 중이지만 맥케슨이 더 잘하고 있다. 그래서 특수의약품 시장이 커질수록 맥케슨과 나머지 둘의 매출 격차가 벌어진다.
같은 답을 나중에 찾는 것은 답을 못 찾은 것과 다르지만, 네트워크처럼 먼저 모은 쪽이 다 가져가는 자산에서는 결과가 비슷해진다. 의사는 여러 네트워크에 나눠 들어갈 이유가 없다.
앞 절까지가 산업 이야기였다면 이 절부터는 종목 이야기다. 진행자가 이 편에서 처음으로 회사 이름 하나를 답으로 낸다.
진행자는 도매 사업자 중에서는 무조건 맥케슨을 고르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다. 근거는 앞의 넷이다. ① 셋이 같은 방식으로 수렴했고 ② 그 방식에서 맥케슨이 먼저였고 ③ 시장이 커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④ 시장 자체가 줄지 않는다.
여기에 값 이야기가 하나 붙는다. 주가는 700달러가 넘지만 시가총액은 대략 120~130조 원이다. 시가총액 500조가 넘는 팔란티어와 견주면 그보다 훨씬 작은데 주가는 높으니, 돌아다니는 주식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뜻이라고 짚는다. 시장이 꾸준히 크고 업계 1위인데 유통 주식 수까지 적으면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진행자의 마무리다.
견주는 대상이 팔란티어라는 점도 짚어 둘 만하다. 하는 일도 버는 방식도 전혀 다른 회사인데, 여기서는 시가총액과 주가만 놓고 견준다. 주식 수를 말하려는 자리라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산업의 값을 나란히 놓는 것이 오해를 부른다고 볼 수도 있다. 이 편에서 유일하게 원문 밖으로 나가는 비교다.
앞의 넷과 이 하나는 성격이 다르다. 넷은 이 회사가 왜 이기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고, 유통 주식 수는 값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뒤의 것은 오르는 이유로도 쓰이지만 내릴 때 더 빨리 내리는 이유로도 쓰인다. 진행자가 앞 편에서 조정을 물타기 기회로 삼으라고 한 조언과 붙여 읽어야 하는 대목이다.
빠진 것이 셋이다. ① 세 회사의 값이 나란히 놓이지 않는다. 맥케슨의 시가총액과 주가만 나오고 센코라·카디널헬스의 수는 없어, 격차가 벌어진다는 말을 이 편의 수로는 확인할 수 없다. ② 순이익률 1%와 특수의약품 1~3%가 언제 것인지 안 밝힌다. ③ PBM 셋은 아직 안 다뤘다. 여섯 중 셋만 본 상태의 결론이다.
넷째로, 이 편은 도매상이 계속 이긴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앞 편이 균형이라 부른 상태가 유지된다는 것인데, 그 균형을 지키는 장치 가운데 하나인 차지백 옵션은 계약으로 서 있어 규제나 소송에 걸릴 수 있다. 도매 안에서 누구를 고르느냐는 물음은 도매가 자리를 지킨다는 답 위에서만 뜻이 있다.
무엇이 나오면 이 판단이 흔들리는지도 셋이다. ① 안과에서 순서가 뒤집히면. 종양학은 이미 정해졌지만 안과는 지금 짜는 중이라 여기서 센코라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4절의 「먼저 모은 쪽이 가져간다」가 이번에는 반대로 걸린다. ② 노안 치료제가 안 나오거나 늦으면. 진행자가 든 안과의 그림은 아직 개발 중인 약에 걸려 있다. ③ PBM 쪽 회사가 더 좋아 보이면. 이 편의 결론은 도매 안에서의 1등이지 여섯 중의 1등이 아니다. 다음 편들이 그것을 마저 센다.
앞 편이 도매 셋 가운데 맥케슨을 골랐다면 이 편은 그 회사를 연다. 진행자는 1833년부터의 연혁을 훑는데, 그 훑기가 회사 소개로 끝나지 않고 지금의 경쟁력이 어디서 왔는지를 짚는 데 쓰인다. 이 글은 그 연결이 어디서 맞고 어디서 헐거운지를 읽는다.
접은 사업이 남긴 설비
맥케슨은 1833년에 선 회사다. 처음에는 수입 물품을 옮기는 유통사였고 1950년대에 미국 최대 의약품 유통 회사 가운데 하나가 된다.
그다음이 이 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1960년대 후반에 낙농회사 포럼스트를 인수해 유제품·식품·화학·화장품·와인으로 사업을 넓혔는데 결국 실패했고, 제약 유통 본업의 경쟁력까지 흔들렸다. 1990년대에 나머지를 다 정리하고 본업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 실패한 인수 때 갖추기 시작한 것이 하나 남았다. 냉장 콜드체인이다. 우유를 상하지 않게 옮기려고 깐 설비가 지금 특수의약품 유통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앞 편에서 이 콜드체인으로 2020~2021년 코로나19 백신이 미국 전역에 퍼졌다고 했던 그 설비다.
진행자가 연혁을 이렇게 길게 훑는 이유도 여기 있다. 200년 가까운 회사에서 지금 도움이 되는 것을 고르면 최근 십 년의 결정이 아니라 1960년대의 실패가 나온다. 회사를 볼 때 지금 잘하는 일만 세면 그 일을 가능하게 한 설비가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놓친다.
여기서 읽을 것은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업은 접어도 설비는 남는다는 것이다. 브랜드나 인력은 사업을 접으면 흩어지지만 창고와 차량은 다른 물건을 실을 수 있다. 다각화 실패의 비용을 다 낸 뒤에도 회수되는 자산이 무엇인지가 이 회사에서는 물류였다.
앞의 것이 뒤의 것을 불렀다
1990년대에 헬스케어IT 업체 HBOC를 인수했고, 그 시스템이 미국 정부 의료IT에 적용되면서 맥케슨이 이 분야 강자로 올라선다.
결정타는 2000년대다. PBM의 공세가 심해지자 US 온콜로지 네트워크라는 종양 네트워크 회사를 인수했고, 진행자는 이것을 신의 한 수였다고 거듭 짚는다. 앞 편에서 본 반격의 시작이 이 인수였다.
네트워크의 운영 방식은 앞 편에서 본 그대로다. 의사는 진료만 하고 환자 관리·재고 관리·IT 관리·데이터 관리를 맥케슨이 다 대행한다. 그리고 이 부분이 헬스케어 영역의 플랫폼으로 자랐다.
순서를 되짚으면 셋이 이어져 있다. ① 도매유통이 본업이고 ② 의사 네트워크는 PBM에 맞서려고 키운 것이며 ③ 헬스케어IT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커진 것이다. 앞의 것이 뒤의 것을 부른 순서라 사업부가 따로 놀지 않는다.
세 사업이 붙어 있다는 것은 값을 셀 때도 뜻이 있다. 도매유통만 보면 순이익률 1%짜리 저마진 사업이고, 의사 네트워크와 IT만 보면 고객이 몇 안 되는 소프트웨어 사업이다. 따로 세면 둘 다 매력이 없는데, 붙어 있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판다. 네트워크에 든 병원은 맥케슨에서 약을 받고, 약을 받는 병원은 맥케슨의 시스템을 쓴다.
지금 회사는 이 셋만 남겼다. 주력이 아닌 의료기기·소모품은 분사했고 국제 유통은 인수했던 회사들을 계속 팔고 있다. 1960년대에 넓혔다가 1990년대에 접은 일을 한 번 더 하고 있는 셈인데, 이번에는 남길 것이 미리 정해져 있다.
확장 방향은 종양학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특수의약품에서 큰 뒤, 최근에는 안과와 면역 치료제 쪽에 투자를 늘리며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진행자의 셈은 시장 크기 순서다. 종양학이 가장 크고 면역질환이 그다음이며 안과는 고령화로 급성장하고 있으니, 특수의약품 관련 매출 성장세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본다.
확장 방식은 앞 편에서 본 그대로다. 새 시장에 들어갈 때 창고를 더 짓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 의사를 모은다. 종양학에서 통했던 수를 안과와 면역에 그대로 쓰는 것이라, 이 회사의 성장은 물류망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몇 개 더 만드느냐에 걸려 있다.
앞 편의 표와 겹쳐 보면 한 가지가 달라져 있다. 앞 편에서는 자가면역이 시장의 20%인데 유럽 제약사가 강해 도매상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 편에서는 맥케슨이 면역 치료제 쪽에 투자를 늘린다고 한다. 같은 자리를 두고 말이 다른데, 이 편은 그 차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재무에서 진행자가 집는 것은 매출이 아니라 순이익률이다. 매출은 계속 늘고 있는데 2023년 이후 순이익이 급성장했고, 매출 대비 순익률이 2020년 0.4% 수준에서 지금은 대략 1%로 약 2.5배가 됐다.
앞 편에서 본 1%라는 얇은 마진이 여기서 다시 나온다. 다만 방향이 다르다. 앞 편에서는 1%가 담장이었고, 여기서는 0.4%에서 1%로 간 것이 성과다. 매출이 워낙 커서 비율이 조금만 움직여도 절대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라, 이 산업에서 이익이 늘어나는 길은 파는 양이 아니라 남기는 비율에 있다.
이 구조는 위험도 같이 말한다. 남기는 비율이 얇으면 조금만 어긋나도 그 비율이 통째로 사라진다. 매출이 500조 원인 회사에서 1%는 5조 원이지만, 소송 한 건이나 계약 하나가 어긋나 0.4%로 되돌아가면 3조 원이 없어진다. 절대 금액이 커서 좋다는 말과 비율이 얇아서 흔들린다는 말은 같은 숫자의 앞뒤다.
늘어난 이유로 셋을 든다. 특수약품 시장의 급성장, 의료 네트워크 사업 확장, 불필요한 사업 정리에 따른 순익 규모 확대다. 앞의 둘은 새로 번 것이고 셋째는 안 쓰게 된 것이다.
재무 정책도 같은 방향이다. 신주를 찍어 자금을 모으지 않고 자사주 매입을 활발히 해, 미국에서 주가 관리를 잘하는 주주 친화 회사로 평가받는다. 앞 편에서 유통 주식 수가 많지 않다고 했던 대목의 뒷면이 이것이다.
한 해 순손실이 있었다.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관련 소송의 손해배상금 때문인데, 약을 만들고 옮기고 팔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업계 전체가 그해 흑자를 못 냈고 부도난 회사도 나왔다.
진행자는 이것을 일회성으로 본다. 맥케슨만의 문제였다면 신경 써야 하지만 업계 전체가 겪은 일이니 넘어가도 된다는 것이다.
오피오이드 소송이 유통사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도 이 산업의 성격을 말해 준다. 약을 만든 것도 처방한 것도 아닌 회사가 배상 주체가 된 것은, 무엇이 어디로 얼마나 갔는지를 아는 자리가 거기였기 때문이다. 앞 편에서 셋이 90%를 쥐고 있어 자료가 모인다고 했던 그 자리가 책임이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판단의 기준은 「누구에게 일어났나」다. 한 회사에만 일어난 손실은 그 회사의 문제이고, 업계 전체에 일어난 손실은 그 해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준 자체는 쓸 만하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하나를 더 물어야 한다. 오피오이드 소송은 유통사가 얼마나 많이 옮겼느냐를 물은 사건이라 옮기는 회사가 클수록 물어낼 것도 컸다. 업계가 다 맞았다는 사실과 1위가 더 맞았다는 사실은 같이 선다.
진행자는 맥케슨을 한 달 넘게 전에 샀다. 600달러 초반대에서 조정을 기다리다 결국 701달러에 샀고 지금은 800달러를 보고 있다고 밝힌다. 조정을 기다리다 더 비싸게 산 셈인데 그것을 숨기지 않고 말한다.
그래서 나오는 조언이 단계별 매수다. 주가가 오르다 보면 조정기가 오니 무리해서 쫓아가지 말고 지금은 일부만 담아 놓았다가 조정이 오면 물량을 늘리라는 것이다. 자기가 조정을 기다리다 놓쳤으니 반씩 나눠 하라는 말이다.
추가 매수 자리는 갭이다. 전날 종가와 다음날 시가 사이에 벌어진 자리가 701~702달러 부근에 있고 그곳이 자신이 처음 산 자리라, 주가가 그 갭을 메우러 내려오면 더 사서 계속 들고 갈 생각이라고 한다.
여기서 두 가지가 섞여 있다. 사업을 보고 고른 것과 차트를 보고 자리를 잡는 것이다. 앞 절들의 근거는 콜드체인·네트워크·순익률이고, 매수 자리의 근거는 갭이다. 둘은 서로를 검증하지 않는다. 진행자가 주가가 2020년 이후 계속 올랐고 지금이 가장 싼 회사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고 말한 대목도 값을 재는 잣대 없이 나온 문장이다.
빠진 것이 셋이다. ① 밸류에이션이 없다. 「지금이 가장 싼 회사」라는 말은 나오는데 이익 대비 몇 배인지, 무엇과 견줘 싼지는 안 나온다. ② 순익률 0.4%와 1%가 어느 기준의 수인지 밝히지 않는다. 회계연도인지 최근 열두 달인지에 따라 2.5배라는 폭이 달라진다. ③ 오피오이드 소송의 남은 부분이 안 나온다. 합의가 끝났는지, 앞으로 낼 것이 있는지가 없다.
무엇이 나오면 이 판단이 흔들리는지도 셋이다. ① 순익률이 다시 내려가면 4절이 무너진다. 0.4%에서 1%로 간 이유 셋 가운데 사업 정리는 한 번 쓰면 끝나는 수라 다음 해에 같은 효과가 안 난다. ② 안과·면역에서 자리를 못 잡으면 3절의 성장 그림이 종양학 하나에 걸린다. ③ 소송이 새로 붙으면 5절의 일회성이라는 판단이 되돌아온다. 옮기는 양이 많은 회사가 더 물어내는 구조는 그대로다.
도매 쪽을 끝낸 진행자가 소매로 내려온다. PBM은 소매점에서 확장한 회사와 보험사에서 확장한 회사로 나뉘는데 이 편은 앞의 것을 다룬다. 이 글은 같이 출발한 세 회사가 어떻게 갈렸는지, 그 갈림이 무엇으로 정해졌는지를 읽는다.
앞 편들에서 본 복잡함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이 편 앞머리다. 성분명으로 받은 처방전을 들고 내 보험이 커버하는 약국을 찾아가야 하고, 약이 비싸면 복제약을 달라고 해야 하며, 약을 받기까지 1~2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일주일이 걸리기도 한다.
이 복잡함이 소비자에게는 불편이지만 사업자에게는 일감이다. 앞 편에서 PBM이 이 처리를 대신 해 주며 산업에 들어왔다고 했는데, 약국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내 보험을 받아 주는 약국인지, 이 처방을 지금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 주는 일이 곧 그 약국의 몫이다. 미국 약국이 물건만 파는 가게가 아닌 이유가 여기 있다.
특수의약품은 길이 아예 다르다. 항암제 같은 약은 병원이나 가정에서 투여하는데, 도매상이 콜드체인으로 병원이나 가정에 직접 배송하고 가정 투여일 때는 조제·상담 센터에서 투여 지도를 받는다. 앞 편의 맥케슨 콜드체인이 여기서 소비자 앞까지 닿는다.
이 두 길을 나란히 놓으면 소매에서 값이 어디에 붙는지가 보인다. 일반 약은 어디서 사도 같은 약이라 파는 곳이 경쟁하고, 특수의약품은 옮기는 방식 자체가 어려워 옮기는 쪽이 남는다.
소매는 셋으로 갈린다. 일반 의약품을 파는 리테일 파머시, 특수의약품 약국, 그리고 매장이 아니라 물류 창구인 메일오더 파머시다. 메일오더는 만성질환자에게 정기 배송과 자동 리필, 전화 상담을 해 준다.
온라인 약국은 이 셋에 걸쳐 있는데, 아마존이 필팩을 인수해 밀어붙이고 있는데도 아직 두각을 못 낸다. 값과 배송으로 이기는 회사가 이 시장에서는 아직 안 통한다는 뜻이다.
리테일 파머시가 다시 갈리는 이유는 미국에서 약을 거의 아무 데서나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 매장 안 약국이 있고, 코스트코 안에도 있는데 값이 매우 싼 대신 오래 걸려 3일 내 수령에 11달러, 2일 내 수령에 14달러 하는 식으로 급행료를 내야 한다. 슈퍼마켓 약국은 신선식품을 사러 매일 오는 김에 약도 사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부수 사업으로 하는 약국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약국이라는 자리 자체가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월마트도 코스트코도 슈퍼마켓도 이미 오는 손님에게 약을 얹어 판다. 약만 팔아서는 그 손님을 데려올 이유를 따로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코로나 이후 약국 안에 간이 클리닉이 흔해진 배경이기도 하다. 그 계기가 CVS·월그린 같은 곳에서 한 코로나 백신 접종이었다.
여기서 진행자가 하는 정리가 이 편의 축이다. 빅박스부터 온라인까지는 약국이 부수 사업이고, 독립 약국만이 약국을 주력으로 하는 사업자다. 그리고 미국의 3대 독립 약국이 CVS 파머시, 월그린, 라이트에이드였다.
같은 자리에서 출발해 갈린 셋
라이트에이드는 사라졌다. 2018년에 파산했고 2025년 10월 마지막 매장까지 문을 닫아 완전히 없어졌는데, 한때 포춘 500대 기업이었다.
한때 포춘 500대 기업이었다는 대목이 이 편에서 가장 무거운 문장이다. 셋 중 하나가 없어지는 동안 나머지 둘은 각자 다른 답을 골랐고, 그 답이 맞았는지는 지금 실적으로 갈려 있다. 같은 업종에서 같은 시기에 시작한 회사들이라 조건 차이로 설명하기 어렵고, 남는 것은 무엇을 샀느냐다.
남은 둘의 전략이 완전히 다르다. CVS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소매 유통점을 늘리는 대신 제약유통 수직계열화로 방향을 틀었다. 2007년에 PBM 회사 케어마크를 샀고 그것이 지금 미국 1위 PBM이며, 2018년에는 미국 3위 보험사 애트나까지 샀다. 지금 약국·PBM·보험 세 부문 매출이 3대3대3으로 고르고 실적도 좋다.
월그린은 소매 유통점 확장에 계속 매달렸고 2015년에는 영국 회사를 사서 유럽에도 들어갔다. 코로나 때는 약국 체인에서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며 나라 지원금이 대량으로 들어왔고, 그 돈으로 약국 체인을 또 샀다.
그리고 코로나 뒤에 약국 리테일 경기가 가라앉으며 경영 위기에 빠졌다. 25년간 배당을 늘려 온 배당귀족주 자리에서도 물러나 배당을 못 했고, 사모펀드 시커모어 파트너스에 인수돼 상장폐지 뒤 정상화해 재상장할 계획으로 보인다.
CVS 가 산 것은 매장이 아니라 결정하는 자리다
두 회사가 쓴 돈의 방향이 다르다. CVS는 같은 약 한 통에서 값이 붙는 다른 자리를 샀고, 월그린은 같은 자리를 더 많이 샀다.
앞 편들의 구조로 보면 왜 결과가 갈렸는지가 설명된다. 약국은 밸류체인의 맨 끝이고, 무엇이 팔릴지는 그 앞의 PBM이 정한다. 매장을 몇 개 더 갖는다고 그 결정에 가까워지지 않는다. CVS가 산 케어마크는 목록을 만드는 자리이고 애트나는 그 목록에 값을 대는 자리다. 매장 수가 아니라 결정하는 자리를 산 것이다.
코로나 지원금이 이 차이를 키웠다. 같은 시기에 들어온 같은 성격의 돈인데 월그린은 그것으로 매장을 더 샀다. 경기가 좋을 때 늘린 매장은 경기가 가라앉으면 그대로 비용이 된다. 배당귀족주 지위를 25년 만에 내려놓은 것이 그 비용의 크기를 말해 준다.
수직계열화가 만드는 것이 매출만은 아니다. 약국에서 판 약이 자기 PBM의 목록을 지나 자기 보험이 값을 대는 구조가 되면, 세 자리에서 각각 떼던 것을 한 회사가 다 갖는다. 앞 편에서 리베이트가 제약사에서 PBM으로, 다시 보험사와 고객사로 나뉜다고 했던 그 나눔이 CVS 안에서는 회사 밖으로 안 나간다.
라이트에이드까지 놓고 보면 셋의 순서가 선명하다. 위로 붙은 CVS는 실적이 좋고, 옆으로 늘린 월그린은 사모펀드에 넘어갔고, 아무것도 못 한 라이트에이드는 없어졌다. 소매업에서 규모를 키우는 것이 흔한 답인데 이 산업에서는 그 답이 안 통했다.
진행자는 CVS가 계속 잘나가고 있고 자신도 CVS 주식을 갖고 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CVS 말고 워런 버핏이 투자한 유나이티드헬스와 시그나까지 셋을 견줘 볼 필요가 있다고 짚는다.
견줄 셋을 고른 기준도 앞 편들에서 나온 그대로다. PBM은 보험사와 같이 가는 것이 좋다고 했고, 셋 다 관계사로 보험을 갖고 있다. 소매에서 올라온 CVS, 보험에서 내려온 유나이티드헬스, 그리고 시그나가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자기 계좌 이야기는 한 번 더 나오는데 이번에는 반쯤 가린다. 셋 가운데 둘에 투자하고 있고 비중이 각각 다르며, 하나는 일반 주식으로 하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나눠 샀다고만 말한다. 어느 둘인지는 다음 편으로 미룬다.
이 편의 결론이 CVS 한 곳으로 닫히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여기서 CVS는 소매 셋 가운데 이긴 회사이지 PBM 셋 가운데 고른 회사가 아니다. 앞 편에서 도매 셋 중 맥케슨을 골랐던 것과 같은 자리에 아직 안 왔다.
빠진 것이 셋이다. ① 값이 없다. CVS의 매출 구성이 3대3대3이라는 것 말고는 매출도 이익도 주가도 안 나온다. ② 라이트에이드가 왜 무너졌는지가 없다. 파산 연도와 마지막 매장이 닫힌 시점만 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안 나온다. 셋 중 하나가 사라진 이야기인데 그 이유가 비어 있다. ③ 아마존이 왜 못 뚫는지도 없다. 필팩을 사고도 두각을 못 낸다는 사실만 있다.
넷째로, 진행자가 CVS를 좋게 보는 근거가 이 편에서는 구조뿐이다. 세 부문을 다 가졌고 실적이 좋다는 것인데, 실적이 좋다는 말을 받쳐 주는 수가 없다. 다음 편에서 법적 이슈와 매수 자리를 이야기하면서 값이 조금 나오지만, 이 편만 놓고 보면 이긴 이유를 설명한 글이지 살 이유를 설명한 글은 아니다.
무엇이 나오면 이 판단이 흔들리는지도 셋이다. ① 수직계열화에 규제가 걸리면 4절이 통째로 뒤집힌다. 약국·PBM·보험을 한 회사가 갖는 것을 문제 삼는 목소리는 이미 있고, 앞 편에서 본 트럼프 행정부의 PBM 압박이 그 방향이다. ② 월그린이 사모펀드 아래서 정상화해 재상장하면, 옆으로 늘린 전략이 틀렸다기보다 시점이 나빴다고 읽힌다. ③ 온라인 약국이 자리를 잡으면 2절의 갈래가 바뀐다. 지금 안 통한다는 것이 앞으로도 안 통한다는 뜻은 아니다.
제약유통 연재의 마지막 편이다. 진행자는 PBM 셋을 놓고 하나를 지운 뒤 남은 둘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투자했다고 밝힌다. 이 글은 그 지우기와 나눠 담기가 각각 무엇에 걸려 있는지를 읽는다.
순위가 아니라 접점과 소송이 정했다
PBM 빅3는 1등 CVS, 2등 시그나, 3등 유나이티드헬스다. 진행자는 시그나를 먼저 지운다. 공적 보험인 메디케어·메디케이드가 약하고 최근 보험사 휴마나 인수도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우는 근거가 순위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시그나는 2등인데 지워지고 3등이 남는다. 진행자는 곧 2등과 3등이 뒤바뀌어 유나이티드헬스의 PBM 사업이 2등으로 올라올 것으로 본다.
근거는 앞 편들에서 세운 구조다. PBM은 수요 쪽을 통제하는 사업이라 환자 접점이 중요한데, CVS와 유나이티드헬스는 둘 다 클리닉을 운영해 접점이 많고 시그나는 그런 접점이 없다. 목록을 쥔 힘은 그 목록을 쓰는 사람이 내 앞에 있을 때 세진다.
접점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앞 편의 처방 과정에 붙여 보면 또렷해진다. 환자는 어느 약국에서 사야 보험이 나오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값이 비싸면 복제약을 달라고 해야 한다. 그 확인과 요청이 일어나는 자리를 가진 회사는 목록을 만들 때 실제로 무엇이 걸리는지를 안다. 목록만 가진 회사는 그것을 자료로만 본다.
앞 편에서 CVS가 약국 안에 클리닉을 둔 것, 유나이티드헬스가 의료기관을 대거 사들인 것이 여기서 같은 항목으로 세어진다. 소매에서 올라왔든 보험에서 내려왔든 환자를 만나는 자리를 확보했느냐가 기준이다.
반대 방향에서 같은 자리로 왔다
유나이티드헬스는 1974년에 리처드 버크가 의료비 폭등과 보험 남용 문제를 풀겠다며 세웠고, 그 뒤로 업무를 외주 주지 않고 전부 안에서 처리해 왔다.
이 습관이 나중에 사업이 된다. 의료기관을 대거 사고 투자한 뒤 2011년에 옵텀 브랜드를 내며 보험과 의료 서비스를 나눴고, 그동안 안에서만 하던 PBM 업무를 옵텀Rx로 이름 붙여 밖에 팔기 시작한다. 2015년에 PBM 회사 카타마란을 사며 업계 3위로 뛴다.
지금 규모는 의료진만 9만 명이 넘고, 사업은 보험과 옵텀 두 축이며 그중 옵텀Rx가 전체 매출의 25%다. 앞 편에서 이 회사가 약국 체인도 도매상도 아니면서 제약유통에서 순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낸다고 했던 대목의 안쪽이 이것이다.
안에서 처리해 온 습관이 왜 자산이 됐는지는 세어 볼 만하다. 남에게 맡겼으면 그 일의 값은 밖으로 나가고 자료도 밖에 쌓인다. 안에서 하면 비용이 더 들지만 그 일이 커졌을 때 팔 물건이 된다. 옵텀Rx가 회사 매출의 4분의 1이 된 것은 새 사업을 시작해서가 아니라 원래 하던 일에 이름을 붙여 밖에 내놓은 결과다.
CVS는 반대 방향으로 같은 자리에 왔다. 약국 체인으로 출발해 2007년 케어마크를 사서 PBM 1위가 되고 2018년 애트나를 사서 보험까지 갖췄다. 지금 약국·클리닉·PBM·보험 네 부문 매출이 대략 3대4대3으로 고르다.
진행자가 이 편에서 가장 힘주어 말하는 것은 법적 이슈다. 제약유통이나 바이오에 투자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이 이것이고, 규제나 법적 이슈로 한번 흔들리면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다.
두 회사가 여기서 갈린다. CVS는 리테일·PBM·보험 세 부문 모두 법적 이슈가 있었지만 대부분 과거형이라 2025년 11월 현재 거의 끝난 상태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소송 준비 중, 조사 중, 법원 심리 중, 합의 단계까지 진행 중인 건이 CVS보다 훨씬 많고 그중에는 회사 내부 이슈도 많다.
그래서 판단이 갈린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사업 자체는 매우 좋지만 법적 이슈와 경영 투명성 문제로 주가가 많이 떨어졌고, 버핏과 마이클 버리의 투자로 반등했어도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 따라 앞으로도 흔들릴 여지가 크다고 본다.
법적 이슈를 값으로 옮기는 방식도 이 편에서 드러난다. 소송이 끝난 회사는 눌려 있던 값이 풀리며 오르고, 진행 중인 회사는 좋은 소식이 나와도 다음 판결에서 되돌아간다. 그래서 같은 산업에서 같은 구조를 가진 두 회사인데 하나는 사는 시점이 지났고 하나는 사는 시점이 계속 온다.
여기서 쓰인 기준은 앞 편의 오피오이드 소송 때와 다르다. 그때는 업계 전체가 맞았으니 일회성이라 했고, 여기서는 한 회사에 몰려 있고 아직 안 끝났으니 값이 흔들린다고 본다. 같은 잣대의 앞뒤를 일관되게 쓴 셈이다.
진행자는 버핏이나 버리 같은 투자자가 한꺼번에 사거나 팔면 값이 급변하기 때문에 보통 1~2년에 걸쳐 나눠 산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방식을 개미가 그대로 못 쓰는 이유를 든다. 종목당 넣을 수 있는 돈이 한정돼 있어서다. 5,000달러를 한 번에 넣으면 4~5년 묶이니, 법적 이슈로 흔들릴 때마다 나눠 사고 나머지 자금은 다른 회사에 넣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배분이 이렇다. 자금이 묶이는 것이 싫어 유나이티드헬스는 2배 레버리지 상품으로 일부만 샀고, 법적 이슈로 흔들릴 때마다 계속 사들일 계획이며, 법적 이슈가 거의 끝난 CVS의 비중을 유나이티드헬스보다 높게 가져간다. CVS는 눌려 있던 주가가 이슈 해결과 함께 반등하기 시작하자 70달러대부터 사기 시작해 지금 80달러 근처에서 평단보다 5~6% 올라 있다.
레버리지를 쓴 이유가 값이 더 오를 것 같아서가 아니라 적은 돈으로 자리를 잡아 두려는 것이라는 점은 짚어 둘 만하다. 다만 그 상품은 흔들릴 때 원금이 더 빨리 줄어드는 물건이라, 흔들릴 때마다 사겠다는 계획과 같이 두면 서로 밀어낸다. 흔들림을 기회로 쓰겠다면서 흔들림에 가장 약한 그릇을 고른 셈이다.
이 편에 작은 대목이 하나 있다. 유나이티드헬스에 고용된 의사 가운데 맥케슨이 운영하는 종양학 네트워크에 같이 속한 사람이 많아, 두 회사가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진행자는 이것을 앞서 말한 PBM과 도매상의 내쉬 균형을 보여 주는 사례로 든다.
연재 둘째 편의 개념이 마지막 편에서 사람 단위로 확인된다. 회사끼리는 서로의 마당을 안 건드리기로 한 것이 아니라, 같은 의사가 양쪽에 속해 있어서 건드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균형이 합의가 아니라 겹침에서 나온다는 뜻이라면, 그 겹침이 풀릴 조건을 봐야 균형이 언제까지인지도 보인다.
진행자가 연재를 열며 조회수가 최저 수준이라고 말한 대목도 마지막에 다시 나온다. 2주 전에 말한 맥케슨이 벌써 800달러를 넘었고 몇 달 전 다룬 BWXT도 130달러대에서 210달러를 넘었다며, 관심 없는 산업일수록 오히려 편하다고 한다.
빠진 것이 셋이다. ① 시그나를 지운 근거에 수가 없다. 공적 보험이 약하다고만 하고 셋의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비중이 각각 얼마인지는 안 나온다. ② 소송의 크기가 없다. 유나이티드헬스의 건수가 많다는 것만 있고 걸린 금액이나 예상 시점은 없다. 값이 흔들릴 폭을 재려면 그것이 있어야 한다. ③ CVS의 값이 싼지 비싼지가 없다. 70달러대에서 샀고 지금 5~6% 올랐다는 자기 계좌 이야기만 있다.
넷째로, 연재 전체가 도매와 PBM을 각각 한 곳씩 고르고 끝나는데 둘을 같이 들면 무엇이 되는지는 안 다룬다. 앞 편들의 논지대로면 맥케슨과 CVS는 서로의 마당을 안 건드리는 두 자리라 같이 드는 것이 균형에 거는 방식이 된다. 진행자가 실제로 셋을 다 갖고 있는데 그 조합을 하나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무엇이 나오면 이 판단이 흔들리는지도 셋이다. ① 소송이 CVS 쪽에서 새로 붙으면 3절의 갈림이 사라진다. 두 회사를 나눈 것이 사업이 아니라 소송의 남은 양이라, 그 양이 뒤집히면 비중도 뒤집혀야 한다. ② 클리닉을 통한 환자 접점이 규제에 걸리면 1절이 무너진다. 수직계열화를 문제 삼는 방향과 같은 자리다. ③ 시그나가 접점을 사면 2등과 3등이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흔들린다. 휴마나 인수는 무산됐지만 다음 인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